얼마 전 KBO리그에서 큰 논란이 됐던 야수의 투수 기용. 미국에서 직접 이를 경험한 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시선을 보였다.
김하성은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경기에 8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 맹활약으로 팀의 12-3 대승에 공헌했다.
8회 1타점 2루타로 4번째 타석을 장식한 김하성은 타선 폭발에 힘입어 곧바로 9회 5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12-3으로 크게 앞선 1사 1루 상황. 김하성 타석을 앞두고 투수가 교체됐는데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투수가 아닌 야수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였다. 이미 승부가 넘어갔다고 판단한 애리조나의 투수 아끼기였다.
김하성은 카브레라를 상대로 3구만에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공 3개 모두 70마일(112km)대 초반의 커브였고, 스트라이크 2개를 지켜본 뒤 3구째 느린 공을 받아쳤지만,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김하성은 경기 후 화상인터뷰를 통해 마운드에 오른 야수를 상대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선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결과는 아웃이었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김하성의 말대로 메이저리그에선 종종 있는 야수의 투수 기용. 그러나 얼마 전 KBO리그에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신선하고도 파격적인 이슈를 만든 장본인은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수베로 감독은 지난 10일 대전 두산전에서 1-14로 크게 뒤진 9회 투수가 아닌 내야수 강경학을 등판시키는 변칙을 택했다. 강경학이 ⅔이닝 4실점으로 크게 흔들린 가운데 다음 투수로도 외야수 정진호를 올리며 이닝을 끝냈다.
수베로 감독은 이후 17일 창원 NC전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지자 다시 정진호를 투수로 기용했고, 롯데 허문회 감독은 한술 더 떠 17일 사직 삼성전에서 0-12로 뒤진 7회 추재현-배성근-오윤석을 차례로 올리며 KBO 최초로 한 경기에 야수 3명을 마운드에 올렸다. 22일 사직 두산전에선 포수 강태율(롯데)도 마운드를 경험.
야수의 마운드 등판을 향한 시선은 엇갈린다. 수베로, 허문회 감독 등 몇몇 코칭스태프는 점수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 투수를 아낄 필요가 있다고 찬성 의견을 드러낸 반면 부상 위험이 크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플레이라는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10일 대전 경기를 중계한 SBS스포츠 안경현 해설위원은 “과연 입장료를 내고 이 경기를 봐야 하나. 나 같으면 안 본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렇다면 빅리거가 된 김하성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문화적인 차이가 아닐까 싶다”며 “다음 경기가 또 있기 때문에 투수를 아끼기 위해선 당연히 야수가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