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 팬들이 참아왔던 분노를 폭발했다. 4년 전 불법 사인 훔치기로 양키스를 꺾고 월드시리즈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향해 야멸찬 야유를 퍼부었다.
5~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휴스턴-양키스전. 극성 맞기로 유명한 양키스 팬들이 아주 작심하고 입장했다. 휴스턴 선수들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플래카드에 고무 보트로 된 휴지통까지 들고서 이틀간 경기 내내 거센 야유를 쏟아냈다.
휴스턴은 지난 2017년 외야에 설치한 카메라로 상대팀 사인을 훔친 뒤 덕아웃 옆 휴지통을 두드려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전달했다. 당시 휴스턴 소속 투수 마이크 파이어스(오클랜드)의 폭로로 2019년 말 세상에 알려졌고, 팬들은 물론 동종업계 선수들도 분개했다. 특히 양키스는 그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휴스턴과 7차전 승부 끝에 3승4패로 패했었다.
지난해 코로나로 시즌이 단축되고,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면서 팬들이 휴스턴 선수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낼 길이 없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관중 입장이 시작된 올 시즌 휴스턴은 원정 때마다 야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6일 LA 에인절스 원정에선 팬들이 휴지통 모양의 풍선을 외야에 던지기도 했다.
휴스턴에 '직접적' 피해를 입은 양키스 팬들도 가만 있지 않았다. 사인 훔치기 사건이 폭로된 뒤 처음 관중이 들어찬 5~6일 양키스타디움을 찾은 휴스턴 선수들이 기를 펴지 못하게끔 구장 분위기를 장악했다. 휴스턴 팀명 애스트로스(Astros)와 쓰레기(Trash)가 합쳐진 'Trashtros'라는 문구가 양키스타디움 곳곳에서 보였다. '휴스턴 사기꾼', '죄를 벌하라', '사인 훔치기를 영원히 잊지 않겠다' 등 팬들이 준비해온 플래카드로 가득했다. 한 팬이 가져온 고무 보트 휴지통은 보안 요원에의해 압수되기도 했다.
2017년 아메리칸리그 MVP를 차지한 내야수 호세 알투베를 비롯해 알렉스 브레그먼, 카를로스 코레아 등 우승 멤버들이 타석에 들어설 때는 야유뿐만 아니라 원색적인 욕설이 쏟아지기도 했다. 2017년 당시 빅리그에 없었던 휴스턴 외야수 카일 터커도 야유를 피하지 못했다. 양키스 팬들로부터 "우리는 너를 몰라"라는 소리를 들으며 진땀을 뺐다.
2017년 알투베에 밀려 MVP 2위였던 애런 저지(양키스)가 타석에 들어설 때는 "MVP" 구호가 연호되기도. 수용 인원의 25% 가량인 1만850명의 관중만 입장했지만 야유 소리는 어느 때보다 컸다. 팬들의 절대적 지지에 힘을 얻었는지 양키스는 5~6일 휴스턴에 연승을 거뒀다. 알투베는 2경기에서 8타수 1안타로 힘을 쓰지 못했다.
2경기 연속 홈런 포함 9타수 7안타 7타점을 폭발한 양키스 거포 지안카를로 스탠트는 5일 경기 후 "팬들이 공격을 이끈 경기였다. 강렬했다. 그 반대에 있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플레이오프 분위기였다. 2019년 이후로 이런 분위기는 느껴보지 못했는데 재미있는 경기였다"고 기뻐했다.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은 "폭력만 하지 않으면 팬들은 원하는 말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집 안이 꽉 찬 것 같았다. 우리는 그런 환영을 기대했다"며 애써 침착해했다. 반면 평소 거침없는 발언을 해온 코레아는 "양키스 팬들이 무섭지 않다. 그들이 나 같은 특급 유격수를 막을 순 없다"며 또 다시 도발했다. 그러나 코레아는 2경기 연속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특급 유격수로서 체면을 구겼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