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대기록의 7부 능선을 넘으려고 하는 찰나에 좌절했다. 그럼에도 박수 받기에는 충분했다. 박수 받으며 자신감 상승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박세웅은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24일 수원 KT전(5이닝 2실점) 이후 한 달여 만에 승리를 추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무엇보다 퍼펙트게임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했지만 승리가 무산됐고 팀도 패했다.
이날 6회까지 박세웅은 말 그대로 ‘안경 에이스’의 재림이었다. 故 최동원을 오마주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공을 효과적이고 절묘하게 뿌리며 경기를 지배했다. 일단 패스트볼(31개) 구속은 149km까지 찍었는데 낮은 코스, 그리고 홈플레이트 좌우로 절묘하게 제구 됐다. 또한 경기 초반에는 초히고 142km까지 찍은 고속 슬라이더(31개)로 두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그리고 상대 타자들을 한 번씩 상대하고 난 뒤에는 커브(15개)로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어갔다. 박세웅 스스로도 자신 있어 했던 주무기 포크볼은 8개 밖에 구사하지 않았다. 대체 플랜은 성공적이었다.
정타의 타구도 몇차례 있었고 수비의 도움도 있었다. 6회까지 행운은 롯데와 박세웅을 향했다. 1회말 선두타자 허경민과 박건우의 타구는 안타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모두 범타로 처리가 됐다. 3회말 2사 후 장승현이 초구 패스트볼 노림수를 갖고 휘두른 타구도 우익수 손아섭 정면으로 향하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끝났다.
4회말 역시 마찬가지, 선두타자 허경민의 타구가 이번에는 2루수 안치홍 쪽으로 향했다. 숏바운드 타구였지만 글러브로 한차례 막아낸 뒤 1루에 송구해 아웃을 만들었다. 5회에도 위기가 있었다. 1사 후 호세 페르난데스를 상대로 3볼 카운트까지 몰렸다. 퍼펙트 게임이 무산될 위기였다. 하지만 3볼에서 스트라이크를 꽂은 뒤 5구 째 페르난데스가 휘두른 큼지막한 타구도 우측 담장 앞에서 잡혔다.
하지만 대기록 도전은 7회 끝났다. 7회 선두타자 허경민에게 중전 안타를 내주면서 대기록이 무산됐다. 롯데 팬들은 기립박수로 그동안 완벽한 투구를 펼친 박세웅을 격려했다. 이용훈 투수코치도 허경민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곧장 마운드를 방문해 박세웅의 멘탈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쉽게 찾아오지 않는 대기록에 도전했지만 무산됐다. 허탈함은 투구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후속 김인태에게 볼넷을 내주며 위기가 이어졌다. 결국 박건우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첫 실점까지 했다.
롯데는 지체하지 않고 투수를 교체했다. 필승조인 김대우를 투입했다. 그러나 김대우는 김재환에게 우전 적시타, 이후 페르난데스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박세웅의 책임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3-3 동점이 됐고 박세웅의 기록도 6이닝 3실점, 퀄리티 스타트라는 다소 평범한 기록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기록 자체보단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야수진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공을 믿고 던지며 최상의 결과들을 만들었다. 주무기 대신 대체 구종으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대처 능력까지 발휘했다. 지난해(20개)와 올해(8개), 최다 피홈런 투수의 불명예를 안았지만 이날은 피홈런은 물론 장타 조차 없었다. 자신감 회복에 고무적일 수 있는 경기다.
대기록, 개인의 승리, 팀 승리까지 무산됐다. 탈꼴찌 싸움과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가야 하는 팀의 입장에서는 생채기가 깊게 생길 수 있는 경기였다. 그럼에도 박세웅의 투구 내용은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토종 선발 안정이 필요한 팀에도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경기였다. 박세웅은 진정한 거인의 토종 에이스로 거듭나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