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에서 많은 다저스 팬들을 보다니, 특별했다."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33)에게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홈구장 미닛메이드파크는 악몽의 장소였다. 지난 2017년 10월30일(이하 한국시간) 이곳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5차전 선발로 나섰으나 4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6실점으로 무너지며 패전투수가 됐다.
2승2패로 맞선 5차전에서 믿었던 에이스 커쇼가 무너진 다저스는 최종 7차전 승부 끝에 휴스턴에 3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29년째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이 좌절되면서 커쇼는 '우승 없는 에이스'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러 2019년 11월, 휴스턴의 불법 사인 훔치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다저스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전체가 공분했지만 휴스턴의 우승 기록은 박탈되지 않았다. 다저스의 준우승 사실도 변함이 없었다.
커쇼는 26일 휴스턴전 선발로 4년 만에 미닛메이드파크 마운드에 올랐다. 7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휴스턴 타선을 봉쇄하며 다저스의 8-1 완승을 이끌었다. 월드시리즈 경기는 아니지만 4년 전 아픔을 되갚은 날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커쇼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예전에 느낀 고통과 무게감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 2017년 월드시리즈를 다시 언급하거나 가치를 무너뜨릴 필요는 없다. 이미 벌어진 일을 바꿀 순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약간의 동기부여가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커쇼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조금 더 중요한 경기처럼 느꼈다. 관중이 가득 했기 때문이다. 오늘 밤 정말 재미있었다"며 "이곳에서 많은 다저스 팬들을 보게 돼 특별했다. 과거 일이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 것처럼 팬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그들이 응원하는 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다"고 원정 응원을 온 팬들에게 고마워했다.
이날 미닛메이드파크에는 총 3만4443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휴스턴 홈이었지만 파란색으로 무장한 다저스 팬들의 수가 상당했다. 다저스 덕아웃이 있는 3루 내야석을 중심으로 내외야 구장 곳곳에서 휴스턴을 향해 "치터(사기꾼)"라고 합창하며 쉴 새 없이 야유를 쏟아냈다. 지난해 코로나19 탓에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면서 휴스턴에 분노를 표출하지 못했던 다저스 팬들이 1년의 기다림 끝에 울분을 토해낸 날이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