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홀'이 OCN 장르물 역사에 다크홀을 남기며 퇴장했다. 더 이상 'ㅇㅇ물 명가' 류의 수식어는 소용 없다는 위기감이 방송가에 퍼지고 있다.
OCN 금토 오리지널 '다크홀'(극본 정이도, 연출 김봉주)이 5일 밤 방송된 12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장르물 명가 OCN의 오리지널 작품이 마지막을 맞은 터. 신드롬급 인기는 아니어도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이나 마니아 시청자들의 아쉬움이 들려와야 일반적인 반응이건 만 유독 조용하다. 무려 시청률 0%, 소수점대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종영한 여파다.
'다크홀'은 싱크홀에서 나온 의문의 검은 연기를 마신 변종인간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그린 크리처 액션 스릴러 드라마다. '보이스' 시리즈와 '터널', '경이로운 소문', '라이프 온 마스' 등 다양한 오리지널 작품들로 호평받았던 OCN이 선보인 새 작품. 여기에 배우 이준혁, 김옥빈 등 탄탄한 출연진 라인업까지 갖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공개된 결과물은 기대와 달랐다. 의문의 검은 연기 다크가 퍼진다는 설정이 신선하기는 했으나 그 뿐이었다. 변종인간들의 모습과 생존기는 기존의 좀비, 크리처 드라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넷플릭스에 선보인 '킹덤' 시리즈나 '스위트홈' 등 그 이상의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는 '다크홀' 1회 시청률 1.025%. 동시 방송된 tvN에서도 1.882%에 그쳤다.
그럼에도 방송사와 제작진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낮은 수치, 소수점대로 시작해 반등을 꾀한 작품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당장 최근의 OCN 오리지널 히트작 중 '경이로운 소문'도 첫 방송에서 2.7% 시청률을 보였으나 16회(마지막회)에서는 11%로 막을 내린 바 있었다.
하지만 반등은 없었다. '다크홀' 2회는 0.957%를 기록하더니 11회까지 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tvN에서 2회가 2.352%를 기록해 다시금 기대를 모았으나 3회에서 다시 1.07%로 떨어졌고, 5회부터 tvN '다크홀' 시청률도 0% 대에 합류했다. 급기야 이후 포털사이트에서도 '다크홀'의 시청률은 자취를 감췄다. 일반적으로 한 작품이 종영할 때 포털 사이트 정보란에 시청률이 함께 표기되는 것과 다른 행보다.
결국 '다크홀'은 첫 방송의 약점을 이후 전개에서도 극복하지 못한 모양새다. 소재는 신선하지만 전개 방식에서 혁신은 없던 것. '다크홀'이 제목처럼 다크홀로 빠진 이유다.
물론 시청자들의 판단 속도가 전에 비해 이례적으로 빨라진 탓도 있겠다. 예전이라면 방송 첫 주 혹은 방송 4회까지는 지켜봤을 시청자들이 첫 방송, 혹은 1회도 다 끝나기 전에 이탈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범람하는 콘텐츠 시장에서 시청자들의 높아진 기준을 탓하는 것도 어렵다.
무엇보다 '다크홀'의 0% 종영은 더 이상 콘텐츠 시장에서 완전무결한 채널과 플랫폼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시청자도 더 이상 채널이나 플랫폼에 충성하지 않는다. 심지어 KBS 1TV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시골 농촌의 어르신들도 트롯걸과 트롯맨을 찾아 TV조선으로 넘나들지 않았던가.
여기에 이제는 말하면 입아플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새로운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까지. 수준 높은 시청자들의 빠른 재핑(zapping)에 눈이 아플 지경이다. 그 틈을 비집고 벌어진 OCN의 첫 구멍 '다크홀'. 이례적인 현상과 수치가 생각 있는 방송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 monamie@osen.co.kr
[사진] OC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