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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시대착오 체육 행정…농구단은 떠나고 야구장은 감감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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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부산, 조형래 기자] 부산시는 프로스포츠에서 프랜차이즈 개념을 알고는 있을까. 상생과 협력, 그리고 시민들의 여가생활을 위하는 체육 행정에서 시대착오적 행보를 보이며 헛발질 중이다.

남자프로농구 KT 소닉붐은 최근 부산을 떠나 수원으로 연고지를 이전하겠다고 확정 발표했다. 여수 코리아텐더 농구단을 인수한 KT 농구단은 2003년부터 18년 간 연고지로 활용했던 부산이 아닌 수원에서 프랜차이즈 역사를 이어가게 됐다.

KT 농구단의 연고이전 과정에서 KT 농구단을 향한 부산 농구팬들의 비난과 반발은 당연하다. 훈련장과 사무국 자리한 올레 빅토리움은 수원시에 있고 부산에서는 경기만 치르고 내려오고 올라가는 패턴이 반복됐다. 연고지 정착을 위한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 그리고 부산시의 지원도 전무했다.

[OSEN=부산, 이대선 기자] 2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릴 ‘2019년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개막전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 앞서 야구장을 찾은 팬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sunday@osen.co.kr

2017년 KBL(한국프로농구연맹)이 연고지 정착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2023년 6월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창원 LG, 원주 DB, 전주 KCC 등 지방 구단들은 차근차근 연고지 정착제를 위해 준비했고 지자체와 협상을 완료했다. 그러나 KT와 부산시의 연고지 정착제를 위한 협상은 지지부진했고 결론을 내지 못하며 파국을 맞이했다.

이 과정에서 KT는 부산시의 묵묵부답했던 협상 과정을 이유로 제시한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문 비위로 사퇴한 뒤 올해 4월 보궐 선거가 치러지기 전까지 결정권자가 없었던 부산시의 입장도 일견 이해가 간다. 그러나 KT의 연고지 협상 요청을 거절하고 회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명 부산시의 체육 행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확인되고 있다.

뒤늦게 박형준 부산시장이 KT 구현모 대표에게 직접 연락하는 등 연고 이전을 만류했지만 KT는 연고이전을 확정했고 부산을 떠난 KT 농구단을 향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박 시장은 지난 9일 입장문에서 “17년간 경기장을 찾은 부산 시민과 지역 농구팬을 외면하고 오로지 구단의 편의와 기업의 경제 논리만 앞세워 이전을 결정한 KT는 지역 사회와의 약속을 저버린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 기업으로 부산시민들의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 부산시는 KT농구단의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반드시 짚겠다”고 KT 농구단을 성토했다.

[OSEN=부산, 김성락 기자] 1일 오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2019-2020시즌 프로농구’ 농구영신 매치 부산KT와 창원LG의 경기가 열렸다.이날 부산KT는 창원LG를 상대로 84-66으로 승리했다.경기종료 후 부산 KT 선수단이 새해인사를 전하고 있다./ ksl0919@osen.co.kr
그러나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고 부산의 농구팬, 스포츠 팬들은 온데간데 없이 책임 공방에만 급급했다. 부산시 부실하고 뒤처진 체육 행정의 민낯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이다. 사실 부산시의 체육 행정은 이번 연고이전 사태에서만 부각되는 것이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가 홈으로 쓰고 있는 사직구장의 리모델링과 야구장 신축에 대한 논의도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시 정권이 바뀌어도 야구장 문제는 언제나 뒷전이었다. 선거철만 되면 허울 뿐인 야구장 공약을 내세웠고 당선이 되면 언제 그런 공약을 내세웠냐는 듯 모른 체 하기 바빴다. 야구장과 관련된 논의를 하더라도 평행선을 달렸고 원론적인 얘기들만 되풀이했다. 농구단 연고지 문제보다 더욱 해묵은 의제다.

부산시, 그리고 야구장 관리 주체인 부산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는 사직구장과 관련해서는 언제나 롯데 구단에 고압적이면서 비협조적이었다. 구단에 장기 위탁을 해서 구단이 중장기적으로 개보수를 담당하는 선택지도 있지만 매번 경기장 위탁 사용료 협상을 해야 했다. 구장이 제대로 개보수가 될 리가 없다. 일단 비시즌 구단은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을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데 기부채납 형식이 주를 이뤘다. 그나마 올 시즌을 앞두고 투수 대기실과 샤워실, 식당 등을 꾸민 원정 클럽하우스 리모델링에 4억 원의 공사비를 지원한 정도인데 이 정도로 ‘생색’을 내고 있다.

KBO와 롯데 구단을 비롯한 야구계는 이번에는 정말 사직구장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선수, 팬들, 취재진 모두가 시설에 질색하는 사직구장이다. 부분적인 리모델링으로는 한계가 있다. 비가 오면 덕아웃은 물바다가 되고 곳곳에 곰팡이가 핀다. 중계석과 기자실에는 쥐와 바퀴벌레 등이 득실거린다.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구도’의 중심은 곳곳이 썩어들어가고 있다.

KBO는 지난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시 후보들에게 “신축구장 추진 검토를 위한 타당성 조사 조속한 시행과 사직구장 시설 개선 및 개보수 관련 부산시 지원, 코로나19로 인한 수익 급감에 따른 구장 사용료 추가 감면 등을 요청한다”는 요구사항을 전달한 바 있다. 프로야구선수협회 역시 적극적인 협조를 요구했다. 그리고 롯데의 터줏대감이자 사직구장을 가장 오래 누빈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도 사직구장의 인프라 개선을 요청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후보시절이던 지난 4월, KBO의 요구에 보낸 답변서의 내용이다.

“부산은 야구의 도시이다. 좋은 야구장을 건설하는 것은 시민의 행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부산시장이 되면 야구장 신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 입지와 기능, 경제성 확보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사직야구장을 리모델링 할 것인가, 인근 다른 경기장을 활용하여 신축할 것인가는 고민 해볼 문제다. 단순히 야구장으로만 활용하는 시설이 아니고 쇼핑 및 엔터테인먼트가 가능한 복합 시설로 만들어서 활용도를 높이고 경제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 만드는 야구장을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멀티플랙스로서 개발한다면, 자체적인 수입만으로도 경영이 가능한 수준의 경제성까지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 라고 본다. 부산시장이 되면 사직 야구장이 도심속 랜드마크로서 부산의 야구 중흥의 촉매제로서, 시민들의 휴식·오락공간으로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OSEN=부산, 김성락 기자] 30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8회말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ksl0919@osen.co.kr

그러나 과연 야구계의 요청이 최소 10년 안에 수용될 수 있을까. 기자 개인적인 견해, 그동안의 행태를 봤을 때 희박하다 본다. 당장 1년 임기의 부산시장으로 당선된 박형준 시장 체제에서도 기조는 달라지지 않는 듯 하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매일 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야구장 보다는 유치 가능성도 불투명한 2030 월드엑스포 유치에 혈안이다. 야구장은 다시 뒷전이다. 지난 4월 16일, 박형준 부산시장이 당선 이후 사직구장을 찾아 시구를 했지만 야구장 얘기는 없이 엑스포 유치 계획만 언급했다. 부적절한 멘트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KT 농구단의 연고 이전 이후 박형준 시장이 스포츠 산업 정책과 시설 투자 등을 전면 재검토해 대안을 모색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과연 부산시는 프로스포츠의 프랜차이즈 개념을 이해하고 롯데와 소통하하고 '구도'의 외침에 응답할 것인가. 다시 새 야구장에 대한 논의를 벌일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지쳤다. 또 다시 야구장 논의를 외면하고 등한시한다면 부산의 프로스포츠 열정은 식을 수밖에 없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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