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에이스 발상 전환...포크볼 딜레마 벗어나 진화 정점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6.11 11: 06

결정구의 딜레마에서 벗어났고 생각을 전환했다. 그러자 또 다른 발전과 진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롯데의‘안경 에이스’ 박세웅은 올 시즌 커리어 최고 시즌을 떠올리며 ‘Again 2017’을 향해 가고 있지만 4년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마운드 위에서 지배력을 높이고 국가대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박세웅은 지난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98구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2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다. 앞선 4일 수원 KT전 완봉승 이어 다시 한 번 기세를 이어갔다. 최근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행진을 펼치며 시즌 평균자책점을 3.88까지 끌어내렸다.
마지막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는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7월 20일 울산 삼성전(7이닝 2자책점), 27일 사직 한화전(6이닝 3실점), 8월 2일 잠실 LG전(6이닝 2실점), 8일 사직 KT전(6⅓이닝 2실점)을 기록한 뒤 4년 여 만이다. 여러모로 박세웅의 최고 시즌이었던 2017년의 모습을 향해 가고 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안경 에이스라는 칭호는 여전히 박세웅에게 붙고 있다. 지난 몇년 동안 부상과 부진을 거듭하며 다소 헤맸던 모습에서 이제는 달라진 듯 하다. 구위가 좋아진 것은 당연하다. 이기록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의하면 박세웅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3.3km였는데 올해는 145.6km에 달한다. 지난 10일 두산전에서 최고 148km까지 찍었다.
경험이 쌓이며 마운드 위에서 여유가 생겼고 좀 더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춰가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굴레에 속박되지 않았고 생각을 바꿨다. 올해 개막 전까지만 하더라도 박세웅은 그동안 자신의 주무기였던 포크볼에 자신감과 자부심 애착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후반기에도 투심과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추가해 포크볼의 대체재로 활용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다시 포크볼 결정구 패턴으로 회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시즌을 앞두고 "여러가지 구종을 던지기 보다는 내가 원래 갖고 있는 구종들을 확실하게 던지면 타자들과 승부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수코치님과도 상의를 했고 내 장점을 살리는 피칭이 중요하다”며 “내 최고의 구종은 포크볼이라고 생각하는데 지난해는 잘 안돼서 다른 구종들을 던졌다. 여러 구종을 던지기보다 포크볼을 좀 더 가다듬고 확실한 결정구로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의 박세웅에게 포크볼은 더 이상 결정구가 아니다. 단순히 보여주는 구종일 뿐이다. 포크볼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기 보다는 커브와 슬라이더 등 다른 변화구의 각도와 완성도가 훨씬 더 좋아졌기 때문. 과거에는 포크볼에 미련을 가지다 제구와 밸런스가 흔들리며 무너졌다면 이제는 포크볼을 배제하고 경기 플랜을 구성하기도 한다.
10일 두산전에서도 최고 148km의 패스트볼 50개를 비롯해 최고 142km까지 찍는 커터성 고속 슬라이더 24개, 커브 21개를 던져 경기를 풀었다. 포크볼은 단 3개에 불과했다. 완봉승을 거뒀던 4일 KT전 역시 구속 분포를 보면 패스트볼 51개, 슬라이더 31개, 커브 25개, 포크볼 10개였다. ‘스탯티즈’ 기준 포크볼 비율은 2017년 22.8%였고 2018년 24.3%로 정점을 찍은 뒤 2019시즌 16.3%, 2020시즌 16.9%였고 올해는 9%까지 뚝 떨어졌다. 포크볼의 자리는 올해 슬라이더가 채웠다(27.1%). 포크볼은 정말 아껴두고 있다가 결정적인 상황에 활용할 수 있다. 패스트볼 구속까지 위력적으로 변했고 편화구 3개 구종 모두 결정구로 활용이 가능한 만능 투수로 진화하고 있다.
박세웅 스스로도 2017년과 차이를 인정한다. 그는 “예전에 좋았을 때 차이가 있는데 패스트볼과 포크볼 패턴이 많이 던졌다. 올해는 패스트볼 많이 던지고 중점적으로 쓰면서 커브와 슬라이더가 좋은 시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제구가 잘 되고 로케이션이 낮은 코스에서 계속 형성되는 점이 안정감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또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등 조합을 여러가지로 가져가는 점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발상의 전환을 언급했다. 그는 “예전에는 구종을 선택할 때 볼카운트를 기준으로 생각을 많이 햇는데 지금은 타자의 반응을 보고 구종 선택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포크볼에 국한되지 않는 투구를 펼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도쿄올림픽 대표팀 승선. 지난 완봉승 이후 자신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시작했다. 그는 “올 시즌 목표 중 하나는 올림픽 대표에 발탁되는 것이다. 발탁해주신다면 후회하지 않을 모습 보여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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