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국가대표팀의 왼쪽 풀백 앤디 로버트슨이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쓰러진 장면을 고스란히 중계로 내보낸 방송사와 유럽축구연맹(UEFA)를 저격했다.
에릭센은 13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 B조 조별리그 1차전 핀란드와 경기 도중 쓰러졌다. 에릭센은 0-0으로 맞선 전반 42분 왼쪽 터치라인 부근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짧은 패스 직후 아무런 외부 충격 없이 혼자 쓰러져 충격을 안겼다.
팀 동료들은 에릭센의 상태를 보고 다급한 손짓으로 의료 요원을 불러 심각성을 알렸다. 의료진은 에릭센에게 심폐소생술(CPR)까지 실시했고 이런 응급 처치는 15분 정도 진행됐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에릭센은 5분 동안 심정지 상태로 있었다. 실제 일부 덴마크 선수들은 눈물을 보이기까지 해 에릭센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였는지 알 수 있게 했다.
다행히 에릭센은 구급대에 실려나가는 상황에서 의식을 회복했고 병원으로 호송되어 안정된 상태를 회복했다. 관중석에서는 에릭센이 안정적이고 의식을 회복했다는 UEFA의 발표에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다. 재개된 경기에서는 핀란드가 요엘 포흐얀팔로의 결승골을 앞세워 승리했다.
에릭센이 쓰러지고 응급처치를 받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빠른 판단과 대처로 칭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는 의료진의 심폐소생술 장면이 그대로 중계하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에릭센의 부인이 그라운드로 내려와 슬퍼하는 장면까지 생중계하며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다른 중계사들이 다른 곳으로 화면을 돌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BBC는 결국 공식사과문을 내놨다. 대변인은 "BBC 임직원은 에릭센의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방송된 영상에 화가 난 분들께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중계 방송은 UEFA의 통제를 받는다”라며 사태의 경위를 설명했다.
로버트슨은 SNS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주위를 에워싸며 에릭센을 보호한 덴마크 선수들의 사진을 업로드하며 “이것이 유일하게 공유됐어야 하는 장면이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축구 팬들 역시 에릭센 응급처치가 생중계 된 것에 분노했다. 더 나아가 방송사 뿐만 아니라 UEFA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팬은 SNS를 통해 “UEFA는 선수가 아니라 돈만 생각한다”라며 “경기를 재개하기 전에 선수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렸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raul164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