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흔들리는 위기 상황, 디펜딩 챔프 담원이 유연한 전략으로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e스포츠 역사상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포지션 변경’으로 2주차 2승을 따내고 단독 2위에 올라섰다. 상위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1위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담원의 선택은 다소 파격적이었다. 담원은 지난 13일 열린 KT와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시즌 1라운드 경기에서 0-2로 완패 당하면서 이번 ‘포지션 변경’을 갑작스레 결정했다. 정글러 ‘말랑’ 김근성을 선발로 출전 시키면서 ‘캐니언’ 김건부, ‘쇼메이커’ 허수가 각각 미드, 봇 라인으로 연쇄 이동했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만큼 담원의 2주차는 다소 어려워보였다. ‘포지션 변경’ 부문에서 전 세계적으로 노하우가 있는 팀은 유럽의 G2다. 유럽의 재능러 ‘퍽즈’ 루카 페르코비치의 성공 사례도 있었지만 G2도 모든 ‘포지션 변경’을 안착시킨 것은 아니다. 빼어난 실력을 갖춘 ‘캡스’ 라스무스 뷘터는 원거리 딜러로 이동해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결국 다시 미드 라인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담원은 2주차에서 아프리카, 디알엑스를 모두 2-0으로 꺾고 연승가도를 달렸다. 김건부의 충격적인 아프리카전 2세트 라이즈 데뷔에 이어, 허수는 디알엑스전 1세트 이즈리얼로 POG(Player of the Game)를 따냈다. 약 1년 만에 LCK 무대에 오른 ‘말랑’ 김근성은 날카로운 경기력으로 김정균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갑작스런 포지션 변경에도 담원이 끈끈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팀 내에서 궂은 일을 맡는 ‘베테랑 ‘칸’ 김동하의 역할이 컸다. 자신의 포지션을 그대로 플레이하고 있는 ‘베릴’ 조건희도 부담감을 이겨내고 허수와 끈끈한 팀워크를 선보이고 있다. 아프리카전 승리 이후 인터뷰에서 허수는 “포지션이 바뀌면 기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선수가 중요하다. 김동하, 조건희 선수가 고생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김건부, 허수의 실력 및 센스도 빼놓을 수 없다. 김건부의 아프리카전 라이즈 활약 배경에는 허수의 도움이 있었으며, 허수는 정비 중인 ‘고스트’ 장용준에게 봇 라인 노하우를 전수 받고 있다. 김정균 담원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힘든 상황에서 잘해주고 있다. 김건부, 허수 선수의 실력이 출중해 ‘포지션 변경’을 시도할 수 있었다”며 선수들에 대한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오는 23일 담원은 브리온과 시즌 5번째 경기를 치른다. ‘말랑’ 김근성의 투입으로 활기를 찾은 담원은 ‘고스트’ 장용준이 정비 이후 복귀하게 된다면 더욱 강력한 전력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담원을 상대하는 팀들은 다양한 변칙 전략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lisc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