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장 사건의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선수를 향한 진심은 알 수 있었다. 심판진이 비신사적 발언으로 판단해 퇴장을 당한 호세 로사도(47) 한화 투수코치는 혼란한 와중에 신인 투수 김기중(19)부터 챙겼다.
로사도 코치는 지난 23일 대구 삼성전 4회말 2사 만루에서 투수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오르다 돌연 퇴장 조치를 받았다. 공 전달을 위해 마운드로 향하던 구심 이민호 심판위원이 로사도 코치로부터 볼 판정에 대한 비신사적 발언을 들었다는 이유로 퇴장시켰다. 당황한 로사도 코치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어필했지만 한 번 내려진 퇴장 조치는 바뀌지 않았다. 올 시즌 1호 코치 퇴장.
양 측의 설명은 엇갈린다. 로사도 코치는 마운드로 걸어가면서 포수 최재훈을 향해 "What was the pitch. Was it strike?"라고 물으며 양 손가락으로 원을 그렸다. 선발 김기중이 2사 만루 박해민 상대로 볼카운트 1-2에서 던진 4구째 바깥쪽 볼이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난 것인지 물었다고. 덕아웃에선 위아래는 보이지만 사이드를 정확하게 보기 어려워 확인 차원에서 물어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판진의 설명은 다르다. 이민호 심판은 "두 번째 마운드 방문이었기 때문에 다음 투수가 누구인지 통보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로사도 코치에게 3번이나 물었지만 (다음 투수에 대해) 말을 안 했다. 투수 통보 의무를 지키지 않고 라인을 넘어간 데다 볼, 스트라이크에 대해 고함을 치면서 S존을 그리는 동작과 말로 불만을 표시했다. 매뉴얼대로 퇴장 조치를 해야 했다"고 밝혔다.
같은 상황을 두고 다른 말이 나온다. 외국인 코치라서 말이 통하지 않다 보니 오해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진실이야 당사자들만 알겠지만 서로 원활하지 못한 소통으로 돌연 퇴장 촌극이 발생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갑작스럽게 퇴장당한 로사도 코치로선 혼란한 상황. 감정을 추스르기 쉽지 않았지만 덕아웃 뒤로 빠져나가던 그의 눈에 고개 숙인 투수 김기중이 들어왔다. 자신의 밀어내기 볼넷과 교체 이후 로사도 코치 퇴장 사태가 벌어졌으니 19세 어린 투수의 자책감이 컸을 것이다.
로사도 코치는 그런 김기중에게 다가가 "잘 던졌다. 잘했으니 고개를 들라"는 한마디로 격려를 잊지 않았다. 3⅔이닝 5피안타 4볼넷 1탈삼진 2실점 패전을 당한 김기중이지만 위기에도 와르르 무너지지 않았다. 최고 145km 직구(48개) 중심으로 슬라이더(24개) 커브, 체인지업(이상 3개)을 고르게 구사했다.
올해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입단한 좌완 유망주 김기중은 외국인 투수 닉 킹험과 부상과 4~5선발 부진으로 이달부터 1군 기회를 잡았다. 4경기에서 아직 승리는 없고 3패안 안았다. 평균자책점 6.35로 기록은 보잘 것 없지만 수베로 감독은 최고 타자 강백호(KT) 상대로 피해가지 않고 승부할 줄 아는 김기중의 배포와 가능성을 높게 본다.
로사도 코치와 함께 1대1로 붙어 루틴부터 멘탈까지 챙기는 이동걸 불펜코치가 김기중의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4연패로 순위가 다시 10위까지 내려앉은 한화이지만 팀 평균자책점 8위(4.71)로 이 부문 9~10위 KIA(5.43), 롯데(5.62)와 차이가 꽤 있다. 윤대경의 선발 전환, 윤호솔의 불펜 필승조 성장 등 마운드에서 주목할 만한 성공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