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국인 타자 라이온 힐리(29)는 쾌활한 성격과 활달함으로 시즌 초반 팀의 분위기 메이커로 나섰다. 그러나 시즌 절반이 가까워지도록 부진이 지속되자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다. 삼진을 당하거나 맥없는 타구로 아웃되면 표정이 몹시 어두워진다.
메이저리그 5시즌 통산 69홈런을 기록한 힐리는 한화가 KBO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인 100만 달러를 꽉 채워 영입한 승부수.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65경기 타율 2할6푼1리 7홈런 35타점 16볼넷 57삼진 출루율 .312 장타율 .398 OPS .710은 힐리에게 기대한 숫자가 아니다.
상대팀들은 배터 박스 안쪽이 아니라 멀찍이 떨어진 힐리에게 바깥쪽 승부로 유인한다. 심리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참을 수 있지만 힐리의 방망이는 쉽게 따라나온다. 개막 3개월째 부진이 이어지면서 외부의 혹평을 피할 수 없게 됐고, 경기력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9연패로 추락한 한화의 부진에는 힐리의 책임도 크다. 키움 데이비드 프레이타스, KT 조일로 알몬테, LG 로베르토 라모스 등 부진과 부상이 겹친 외국인 타자들이 하나둘씩 짐을 싸면서 힐리의 입지도 불안하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벼랑 끝에 몰린 분위기는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잔뜩 위축된 힐리가 안쓰러운 모양이다. 힐리와 수시로 대화하며 그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힘쓰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야구 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는다. 일상적인 대화를 주로 하는데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고개를 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베로 감독은 "자신이 갖고 있는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동기 부여하는 것도 감독의 역할이다. 대화할 때마다 힐리는 늘 밝고 긍정적으로 답한다"고 말했다. 교체설도 나오고 있지만 수베로 감독은 "현재 있는 선수를 살려 써야 한다"며 힐리에게 계속 믿음을 나타내고 있다.
힐리는 6월의 마지막 경기였던 30일 대전 두산전에서 시즌 7호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모처럼 활약했다. 4회 우중간 안타에 이어 7회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선 두산 구원 윤명준의 3구째 높은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7경기 만에 홈런 손맛을 봤다.

어느새 정규시즌도 반환점에 왔다. 더 이상 적응 문제를 핑계 댈 수 없다. 수베로 감독의 믿음 속에 힐리가 7월에는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