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경기였다. ‘쵸비’ 정지훈을 중심으로 뭉친 한화생명은 1라운드 후반 분위기 반등에 성공하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린 상태였다. 젠지는 흐름이 정반대였다. 7연승 이후 두 번 고꾸라졌다. 지난 경기 승리가 있었지만 이번에 점수를 얻어야 다시 1위를 향해 질주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경기를 맞아 젠지는 꼼꼼히 준비한 밴픽 전략으로 한화생명을 제압했다. 승리한 1, 3세트 모두 젠지는 노림수를 가지고 밴픽을 단행했다. 그 중심엔 레드 사이드를 선호했던 젠지의 전술 변화가 있었다. 분석 결과 젠지는 한화생명을 상대로 블루 사이드가 좋다고 판단했다.
젠지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시즌 2라운드 한화생명과 경기서 2-1로 승리했다. 이번 승리로 젠지는 ‘연승 체제’로 다시 전환에 성공하면서 9승(2패, 득실 +8) 고지에 올라섰다.
1세트의 첫 포인트는 젠지의 블루 사이드 선택과 ‘레넥톤’ 1픽이었다. 젠지가 1픽으로 레넥톤을 가져간 이유는 단연 한화생명의 에이스인 ‘쵸비’ 정지훈 때문이었다. 정글러 ‘클리드’ 김태민에 따르면 젠지는 정지훈의 브루저 챔피언 선택을 경계했다. 김태민은 “정지훈 선수가 레넥톤을 포함한 브루저 챔피언에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경기 후 OSEN의 인터뷰에 응한 주영달 감독도 “한화생명전은 블루 사이드를 선택하면 잘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의견을 보탰다.
1세트에선 김태민이 똑똑한 정글 동선을 선보이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김태민의 유려한 움직임도 코칭스태프가 꼼꼼하게 준비해 인게임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었다. 주영달 감독은 “김태민 선수는 설계보다 즉흥적인 움직임이 강점인 선수다”며 “동선은 김다빈 코치가 집중적으로 피드백했다. 김태민 선수가 집중력을 잘 발휘해 좋은 플레이 만들어낸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이날 경기의 핵심은 3세트였다. 3세트에서 젠지는 의도적으로 1픽에서 OP 챔피언 ‘신짜오’를 선택하지 않고 라인 스왑이 가능한 ‘리 신’을 뽑았다. 젠지의 의도는 밴픽 단계의 마지막 흐름에서 잘 드러났다. 한화생명은 신짜오를 살리기 위해 에이스 ‘쵸비’ 정지훈에게 룰루를 쥐어줬다.
주영달 감독은 이같은 밴픽 전략에 대해 “회의 결과 나온 판단이다”고 밝혔다. 젠지는 ‘쵸비’ 정지훈의 캐리력을 의도적으로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주영달 감독은 “정지훈 선수가 룰루를 가져간다면 오히려 우리 팀에 이점이 된다고 판단했다. 정지훈의 캐리력 억제가 승리 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오는 22일 젠지는 리브 샌드박스와 2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주영달 감독은 “현재 흐름은 상체 메타지만 우리는 최고의 봇 듀오인 ‘룰러-라이프’가 있다. 잘 준비해서 승리 가져가겠다”고 다짐했다. 젠지가 꼼꼼한 준비와 함께 3연승, 서머 시즌 10승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해본다. /lisc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