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국에서 술판 파문을 벌인 두 팀이 차례대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코로나19 시국에서 부적절한 술판 모임을 가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NC 소속 선수들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서울 잠실 원정 숙소에서 외부 지인들과 술판 모임을 벌인 사실이 알려졌고 이후 키움과 한화 선수들이 동일 지인을 만났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며 술판 모임의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이미 NC 선수들이 부적절한 모임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더불어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까지 벌어진 상태다. 그리고 선수들은 방역 당국의 동선 역학 조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혐의까지 받으며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는 실정이다.
선수들의 안일한 현실 인식으로 리그의 위상과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팬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일상을 영위한 이들에게 더 이상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KBO 차원에서도 징계를 내렸다. NC의 선수 4명(박석민, 이명기, 권희동, 박민우)은 72경기, 키움 2명(한현희, 안우진)은 36경기, 한화 2명(주현상, 윤대경)은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소화해야 한다. 징계에 차등이 있었지만 이들의 잘못에 경중을 논할 수 없다. 잘못은 잘못이다.
야구계의 어른이자 선수단을 관리하는 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선수들 모두 성인”이라는 말로 선수들 개개인에게 책임 의식을 부여하려고 하지만 기본적인 기강과 문화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키움 홈원기 감독은 코로나 술판 모임과 현재 리그의 격을 떨어뜨린 선수들의 행위에 대해서 침묵하고 외면했다.
지난 25일 도쿄올림픽 국가대표팀과 평가전을 앞두고 홍원기 감독은 “오늘은 국가대표와의 평가전을 위한 자리인만큼 국가대표 평가전에 대한 질문만 부탁드린다. (숙소 무단 이탈 후 술자리 모임은) 앞으로 팀 훈련이나 경기에서 말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키움은 고양 2군 구장에서 비공개 훈련을 진행 중이다. 꽁꽁 숨어 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고 소속 선수들이 징계를 받은 뒤 처음 공식석상에 나선 사령탑은 사과의 말 한 마디도 없이 현실을 외면했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사령탑 역시 현재 사태에 대해 안일한 현실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일반인들과 동떨어진 세계를 살고 있는 야구인의 민낯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고개를 숙이지 않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은 키움이었다. 그들의 현실 인식 수준이다.
키움이 전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면 이제는 NC의 차례다. 자가격리를 끝낸 NC는 26일부터 창원 NC파크에서 열리는 후반기 대비 훈련을 취재진에게 공개한다. 처음 술판 모임이 알려진 뒤 코로나 감염 선수 3명(박석민, 이명기, 권희동)이 나왔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합쳐 총 25명이 자가격리를 했다. 이 가운데 구단 프런트 1명, 선수 1명이 추가적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술판의 후폭퐁이 거세게 몰아친 NC였고 훈련 공개도 조심스럽게 이뤄진다.
어쨌든 현재 리그 중단 사태와 위상 추락의 시발점이 된 구단이다. 주축 선수들이 징계로 빠져나간 상황이 뼈아픈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원죄가 있는 NC가 감내해야 하는 징계다. 이동욱 감독도 이날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키움은 현실을 외면하고 침묵했는데 NC는 과연 어떻게 용서를 구하고 어떻게 현실을 직시할 것일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