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세계에서 결과를 놓고 입방아를 찧는 것처럼 부질없는 노릇은 없다. 그렇다 할지라도, 결과에 따른 뒷말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패배의 안타까움이 큰 탓이다.
한국야구 대표팀은 4일 일본 요코하마구장에서 열렸던 일본전에서 2-5로 졌다. 경기 막판인 8회에 고우석이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수비 실수를 하면서 만루를 허용했고, 끝내 3점짜리 적시타를 내주고 말았다. 구태여 한-일전의 특별함을 들추지 않더라도 석연치 못한 선수 기용과 매끄럽지 못한 교체과정이 상대의 기를 살려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 일본을 연파하고 정상에 다시 서는 길은 더욱 험난할 수밖에 없다.
감독의 작전과 선수 기용에 대해 국외자가 말할 자격은 없지만, 두 가지 점에서 진한 아쉬움이 물결친다. 부진한 타자와 흔들리고 있는 투수를 교체하지 않고 계속 기용한 것에 못내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은 왜 타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양의지를 4번 타순에 계속 배치해 헛손질을 하게 했을까. 또 이번 올림픽 무대에서 제힘을 쓰지 못한 오재일과 황재균을 굳이 선발로 계속 내보냈을까.
물론 결과가 좋았다면, 이런 어리석은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숱한 득점 기회를 날려버린 이들에 대한 감독의 기용 고집은 이해하기 어렵다.
돌이켜보자면 애초에 선수 선발 과정에서 장거리 타자를 배제한 것은 물음표가 달린다. 국제대회에서는 항용 큰 것 한방으로 승부가 갈리는 장면을 우리는 숱하게 목격해왔다. 예전에는 이승엽 같은 강타자가 있었기에 뒤지고 있던 경기도 일발 장타로 흐름을 뒤바꾸고 이긴 경기가 많았다.
더군다나 이번 야구경기가 열린 요코하마 구장(좌, 우 94.2m, 중앙 117.7m)은 좌우 길이가 짧아 이른바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다. 홈런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구장이라는 얘기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올림픽에선 한국야구대표팀에는 믿음직한 거포가 없다. KBO 리그에서 양의지가 20홈런을 기록했지만 타격 컨디션이 저조한 때문인지 제구실을 못 해주고 있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것이 홈런 공동 1위인 최정의 부재(不在)다. 최정의 수비력이 황재균만 못하다고 할 수도 없다. 황재균이 내야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4일 경기에서도 2루수로 들어가 실수를 했다. 만약 최정이 있었더라면 득점 기회를 좀 더 잘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일본전에선 장타 한 방이 그만큼 간절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결과론이기는 하다. 감독의 고집, 좋게 말해서 소신이 잘 통해 기대했던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무슨 군말이 필요하랴. 경기를 지켜보는 관전객의 처지에서 (속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융통성 없는 선수 기용과 작전을 보는 것처럼 답답한 일은 없다.
/글. 홍윤표 OSEN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