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대표팀이 볼품 사납게 졌다. 그리고 8일에 풀죽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7일 일본 요코하마구장에서 열렸던 2020도쿄올림픽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후반 선수기용 실패로 6-10으로 재역전패, 메달 꿈이 물거품이 됐다. 5회에 박해민, 김혜성, 김현수 등 주축 선수들이 혼신의 힘을 쏟아내 6-5로 뒤집어 놓았건만 김경문 감독의 치명적인 오판이 대세를 그르쳤다.
복기해보자면, 8회에 불혹의 나이인 오승환을 믿고 내보낸 게 큰 실수였다. 그가 나오는 순간, 뜨악했다. 언제 적 오승환인데, 2이닝을 맡길 생각을 했을까. 그 장면만을 놓고 ‘치명적인 오판’이라고는 했지만, 깊게 따지고 보면 이번 올림픽에서는 감독의 승부처에서의 ‘납득이 안 되는’ 선수기용, 교체 실수와 일부 선수들의 안이한 타격, 심지어 덕아웃에서 강백호 같은 젊은 선수가 투지를 보이지 않고 넋 놓고 껌이나 씹어대는 모습이 한국야구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해야겠다.
이번 올림픽에서 다시 나타난 대다수 한국 타자들의 무능은 답답함을 넘어 분노를 불러일으킬 지경이다. 볼 판정에나 신경을 곤두세운 한국 타자들의 모습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국제대회 심판 판정에 대한 적응력 부족도 다시 한번 노출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이 “우리 타자들이 유난하거나 특별할 것도 없는 투수들을 못 때릴 정도는 아니었다.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어선다든지, 변형과 응용을 해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말한 것이 공감된다.
한국야구대표팀의 도쿄 참사는 가뜩이나 온갖 일탈과 방종, 끊이지 않는 사고로 팬심이 돌아서고 있는 마당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그런 점에서 누구보다 대표팀을 잘못 이끈 김경문 감독의 책임이 가장 크다. 2019년 1월 28일에 선동렬 전 감독에 이어 두 번째 전임감독으로 한국야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김경문 감독은 당시 “11년 전 여름밤에 느꼈던 짜릿한 전율을 다시 느끼고 환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피력한 바 있다.
구태여 대표팀 몰락의 과정을 되짚고 싶지도 않지만 미국팀에 패한 다음 김경문 감독의 “뭐 꼭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마음으로 오지 않았다”는 발언은 선수들의 사기를 무참히 꺾어버린 꼴이었다. 명색이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한국야구의 알량한 자존심마저 뭉개버렸다. 그의 말대로라면, 도쿄에는 놀러 갔는가.
설사 전력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만 못한 것이 사실 일지라도 큰일을 앞두고 돌출된 김경문 감독의 발언은 스스로 전의를 불태워도 뭣 할 판인데 선수들의 의욕을 꺾는 자해, 이적행위나 다름없었다. 한마디로 뭉뚱그리자면, 선수들의 능력을 제대로 엮어내지 못한 책임을 김경문 감독은 져야 한다. 일본과 미국전을 되짚어보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흐름이었다. 다만 선수기용 실수가 있었을 뿐이다.
그는 귀국한 뒤 인천공항에서 “야구가 너무 안 좋은 쪽으로 공격당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했는데,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가. 지도자, 선수들이 자초한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물론 대표선수 선발을 실무적으로 주도한 김시진 KBO 기술위원장도 이번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책임져야 할 사람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동반 사퇴해야 마땅하다.
국제대회 한국대표팀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KBO는 그동안 꾸려온 대표팀 구성,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글. 홍윤표 OSEN 고문 chuam2@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