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나빠질 수 있을까 싶다. KBO리그의 대위기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위반한 호텔 술판 사태 이어 올림픽 노메달로 KBO리그와 프로야구 선수들을 향한 시선이 냉담하다. 게다가 후반기 재개를 코앞에 둔 9일에는 음주 운전 사고와 대마초 성분 전자담배로 퇴출됐다. 악재에 악재가 거듭됐다. 앞으로 어떤 사고가 또 나올까 두렵다.
7월초 KBO리그는 NC 선수들(박석민,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이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어기고 원정 호텔 숙소에서 여성들과 술자리를 벌여 코로나 확진자가 됐고, 이 여파로 리그 중단 사태까지 이르렀다.
뒤이어 한화(윤대경, 주현상)와 키움(한현희, 안우진) 선수들도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해 원정 호텔에서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선수들의 일탈 행위로 팬들은 분노했고, KBO리그 분위기는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 영향은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야구 대표팀에도 이어졌다. 국가대표에 발탁됐던 박민우와 한현희는 자진 사퇴해야 했다.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일본과 미국에 잇따라 패배하며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게다가 도미니카공화국과의 3~4위전에서 역전패하면서 6개국 중에서 4위, ‘노메달’로 귀국길에 올랐다.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부터 쌓였던 불만이 증폭돼 오히려 ‘노메달’을 반기는 반응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물론 대표팀이 금메달을 땄다 하더라도 리그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면죄부는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악의 결과(노메달)로 인해 비난의 강도가 더 높아졌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경기 결과보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응원을 받았던 과거 대표팀과 달리 대표팀을 향한 조롱이 넘친다. 이 모든 건 후배들이 자초한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후반기 리그 재개를 앞두고도 악재는 이어졌다. 키움의 송우현은 지난 8일 음주운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대리운전 이후에 블랙아웃 상태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낸 것으로 보인다. 팀 동료인 한현희, 안우진이 숙소 무단 이탈 후 술자리로 징계를 받는 것을 보고도 만취 상태로 사다.
KIA는 9일 외국인 투수 브룩스를 퇴단 조치했다. 브룩스는 인터넷으로 미국에 주문한 전자담배가 세관 검사 과정 중 대마초 성분이 검출돼 관계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다.
말 그대로 '바람 잘 날이 없는' KBO리그다. 선수 개인의 일탈은 자신과 팀은 물론 이제는 리그 전체에 치명타를 주고 있다. 올림픽에서 보여준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인해 100억대 FA,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KBO리그의 거품이 다시 지적됐다.
10일부터 시작되는 KBO리그 후반기, 코로나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무관중 경기로 치러진다. 싸늘한 여론으로 팬들의 TV 시청마저 외면받는다면, 치열한 순위 다툼에도 ‘그들만의 리그’로 침체기를 겪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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