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까지 1실점으로 잘 던지던 선발투수가 74구만 던지고 내려갔다. 감독의 교체 사인에 두 팔 벌려 불만을 표출한 투수는 역전을 당하는 순간 덕아웃에서 물병을 집어던졌다. 투수 교체 실패에 분노한 홈 관중들은 다 같이 "감독 해고"를 외쳤다. 뉴욕 메츠의 처참한 현주소를 보여준 하루였다.
메츠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2-3역전패를 당했다. 2-1로 앞선 7회 선발 타이후안 워커(29)의 조기 강판이 발단이었다.
6회까지 1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던 워커는 7회 크리스 브라이언트를 3루 땅볼 유도했으나 조나단 비야의 송구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낸 뒤 알렉스 디커슨에게 우익수 앞 빗맞은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2루수가 잡을 수 있는 타구였지만 우익수 마이클 콘포토가 무리하게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놓쳤다.
여기서 루이스 로하스(40) 메츠 감독이 덕아웃에서 마운드로 나왔다. 그리고 투수 교체 사인을 보냈다. 워커의 투구수는 74개. 충분히 끌고 갈 수 있는 개수였고, 주자 2명 모두 수비 실수 때문에 내보낸 것이었다. 교체 타이밍으로 보기 어려웠다. 당황한 워커가 마운드에서 두 팔을 벌려 불만을 표했다. 마운드를 내려가면서도 뒤를 돌아보며 표정을 찌푸렸다.
로하스 감독의 승부수는 단 1구 만에 실패했다. 좌타자 브랜든 크로포드 타석에 좌완 애런 루프를 투입했지만 초구에 우측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순식간에 2-3 역전. 승리가 날아간 워커는 덕아웃에서 물병을 집어던지며 화를 감추지 못했다.
그 순간 시티필드 관중석에선 "파이어 로하스(Fire Rojas)"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극성 맞기로 유명한 메츠 홈 관중들이 로하스 감독의 해고를 합창한 것이다. 8월 들어 6승17패(승률 .261)로 추락한 메츠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와일드카드도 6위로 2위 신시내티 레즈에 7경기차로 뒤져 가을야구가 멀어져 간다. 로하스 감독의 용병술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2년 계약이 만료되는 로하스 감독의 입지도 위험해지고 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로하스 감독은 관중들의 야유에 "팬들은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다. 우리는 열정적인 팬층을 갖고 있다"며 "괜찮다. 이것도 야구의 일부다. 열정적인 팬들은 뉴욕 야구의 일부다. 이외에 더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투수 교체 이유에 대해선 "크로포드는 샌프란시스코 최고의 타자다. 우리에겐 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 중 한 명이 루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루프는 올 시즌 좌타자에 피안타율 1할6푼9리로 매우 강했다. 그런데 하필 크로포드에게 결정타를 맞았다. 좌타자에게 맞은 시즌 첫 장타이기도 했다.
기록상으로 충분히 해볼 만한 투수 교체였지만 결과가 너무나도 나빴다. 최근 성적 부진으로 입지가 좁아든 로하스 감독이라 팬들의 분노가 어느 때보다 컸다. 워커도 경기 후 교체 상황에 대해 "매우 놀랐다. 여전히 내 공에 자신감이 있었다"며 몹시 아쉬워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