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점차에 비디오 판독 요청이 불문율 논란으로 떠올랐다.
7일 창원 한화-NC전에서 흔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NC가 12-0으로 크게 리드한 5회, 한화가 첫 득점에 성공했다. 2사 1루에서 하주석이 우측 2루타를 쳤고, 1루 주자 이원석이 홈까지 달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득점을 올렸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점수를 내준 NC 선발투수 드류 루친스키(33)는 1루 덕아웃을 바라보며 비디오 판독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강인권 NC 감독대행은 양 손으로 X자를 그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렇게 루친스키는 1실점했다.
문제의 상황은 그 다음에 나왔다. 루친스키와 3루 한화 덕아웃 사이에 어떤 말이 오갔다. 얼굴을 붉힌 루친스키가 한화 덕아웃을 가리키며 외국인 코칭스태프와 설전을 주고받았다. 손민한 NC 투수코치가 올라가 루친스키를 진정시킨 뒤 경기가 속개됐다.
NC가 12-0으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루친스키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자 한화 벤치가 발끈했다. 경기 후반 큰 점수 차이에서 도루를 자제하는 것처럼 일종의 불문율로 여길 만한 상황이었다. 강인권 NC 감독대행도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루친스키의 비디오 판독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록 승부가 기울긴 했지만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판정 하나에 기록이 바뀐다. 선수는 기록이 생명이다. 숫자로 평가받는 외국인 투수라면 1실점이라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루친스키가 흥분하긴 했지만 이해 못할 상황은 아니었다. 선수라면 당연한 승부욕이었다.
루친스키는 이날 6이닝 6피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NC의 16-4 대승을 이끌었다. 시즌 11승(7패)째를 거둔 루친스키는 평균자책점을 2.96에서 2.89로 낮췄다. 만약 5회 실점이 비디오 판독을 통해 아웃으로 번복됐다면 루친스키의 평균자책점은 2.83으로 더 낮아질 수 있었다. 지난 2019~2020년 2년 연속 평균자책점 3.05로 아깝게 2점대에 실패했던 루친스키로선 1점이라도 아까울 상황이다.
한편 한화와 NC 사이에서 불문율 논란은 지난 4월17일 창원 경기에서 한 번 있었다. 당시 10점차 뒤진 한화가 8회 외야수 정진호를 투수로 기용하며 '백기'를 들었지만 NC 타자 나성범이 스리볼에서 타격을 시도하자 수베로 감독이 불같이 화를 냈다. 반대편 덕아웃의 이동욱 NC 감독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미국에선 큰 점수차에서 스리볼 노스트라이크 타격이 금기시되지만 한국은 이와 관련한 불문율이 따로 없다. 문화 차이로 인한 논란이었다. 이후 5월11일 대전 경기를 앞두고 수베로 감독이 이동욱 감독과 선물을 교환하는 자리에서 "한국 룰을 몰랐다"며 사과했고, 이동욱 감독이 "문화 차이일 뿐 지난 일이다"며 오해를 풀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