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스트라이크 존 논란이 불거졌다. 그리고 판정의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한 전준우는 격하게 분노를 표출했다.
지난 1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와 한화의 시즌 13차전 맞대결. 4회초 무사 1루 롯데의 공격, 전준우 타석 때 논란의 상황이 발생했다.
2볼 2스트라이크에서 한화 선발 닉 킹험의 5구 128km 커브가 가운데 코스에서 낮게 떨어졌다. 1루 주자 손아섭은 2루 도루를 시도했고 포수 최재훈은 커브의 떨어지는 궤적을 따라서 미트를 내리면서 포구한 뒤 송구 자세를 취했다. 2루에서는 세이프. 그런데 타석에서 상황이 발생했다. 문승훈 구심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면서 삼진이 선언된 것.
타석의 전준우는 납득할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문승훈 구심과 언쟁을 벌였다. 중계방송사가 그라운드에 설치한 마이크를 통해 “미트가 땅에 닿았잖아요!”라는 전준우의 격한 육성이 들리기도 했다.
래리 서튼 감독이 급히 뛰어나와 전준우를 제지한 뒤 심판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선수의 퇴장을 막아보려고 했다. 문규현 코치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전준우를 덕아웃으로 돌려보내려고 애썼다. 그러나 전준우는 판정에 납득하지 못했고 쉽게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결국 퇴장 판정이 나왔고 덕아웃으로 돌아가기 보다 문승훈 구심에게 또 다시 달려드는 모습을 보였다. 최현 코치, 1군 매니저까지 나와서 전준우를 겨우 덕아웃으로 돌려보냈다.
전준우 입장에서는 똑같은 판정을 한 달 동안 두 번이나 당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8일 대구 삼성전, 똑같이 낮게 떨어지는 커브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삼진은 아니었지만 카운트 하나를 역시 손해봤다. 미트의 위치는 한화전과 삼성전 모두 스트라이크 존보다 아래였고 지면에 가까이 있었다.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대한 논란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기본적인 틀과 함께 심판마다 고유의 스트라이크 존이 있었고 그 존에 따라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불신은 점점 깊어졌다. 일관성 없는 스트라이크 존이 선수들을 혼돈으로 빠뜨리고 경기의 중대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생각이다.
올해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졌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지만 과연 그 존이 일관성있게 적용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였다. KBO는 올해 일률적으로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의 정확성 유무를 판별해 심판 고과에 반영하고 있다. 판정 논란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그 효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일관성 없는 판정으로 되려 논란에 불을 지피는 분위기다.
지난해 이용규는 방송 인터뷰에서 심판의 들쑥날쑥한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강하게 성토를 했다. 이미 현장에서는 투수는 투수대로, 타자는 타자대로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불만, 불신이 쌓일대로 쌓였다. 전준우의 분노 역시 앞선 경기에서 똑같이 판정을 당한 것과 더블어 불만이 누적되어 폭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 마이크 몽고메리는 지난 10일 대구 KT전에서 ‘12초룰’ 지적에 욕설로 대응을 했다는 이유로 퇴장의 직접적인 사유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일관되지 않은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불만이 쌓여 욕설, 로진백 투척, 유니폼 탈의 등의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타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전준우의 성토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 삼성전 판정 논란을 겪은 래리 서튼 감독은 “심판마다 각각의 스트라이크 존을 갖고 있지만 9이닝 내내 일정하지 않아서 아쉬울 때가 많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서로 간의 불신이 쌓이면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 이미 불신이 쌓일대로 쌓인 상황에서 터질 게 터진 것이라고 봐야 한다. 선수의 행동에 심판의 판정이 더 위축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확한 판정과 일관성 있는 판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과연 불신의 시대는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