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기사 댓글이 폐지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스포츠 스타들은 여전히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기사에 달리던 악성 댓글이 고스란히 개인 SNS로 전이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외국인감독 및 선수마저 국내 팬들의 무분별한 댓글 공격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지난 2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일부 팬들의 악성 메시지 공격에 강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내용의 주된 골자는 고의 패배였다. 올 시즌 최하위를 기록하면 2023 신인드래프트서 파이어볼러 최대어 심준석(덕수고)을 지명할 수 있기에 자신이 응원하는 팀 감독을 향해 “일부러 지라”는 황당한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이에 수베로 감독은 “내게 지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우리는 모든 경기를 이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래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나라로 돌아가라’, ‘물러나라’는 내용은 문제없다. ‘강재민을 조금만 쓰라’는 요청도 이해한다. 그러나 일부러 패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10위라면 괜찮겠지만 지금 지고 나중을 대비하라는 글은 보내지 말라”고 거부감을 드러냈다.

수베로 감독과 더불어 외국인투수 닉 킹험의 경우 지난해부터 국내팬들의 SNS 공격에 시달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킹험은 2020년 SK에서 팔꿈치 부상으로 2경기만에 방출됐고, 올해 한화에서도 5월 중순 광배근 부상을 당하며 공백기가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에 의료관광을 온 게 아니냐”는 등의 SNS 비난 메시지들을 받아야했다.

킹험은 “그런 비난에 대해선 근거와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달게 받을 수 있었다”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욕을 많이 먹지 않았다. SNS 상으로 메시지가 예상보다 적게 왔다”고 해탈한 모습을 보였다.
수베로 감독과 킹험의 인터뷰를 종합해 보면 이들은 이미 수차례의 SNS 테러를 견뎌왔다. 수베로 감독은 ‘당신의 나라로 돌아가라’, ‘물러나라’, ‘강재민을 조금만 써라’ 등의 선을 넘은 메시지를 접했으며, 킹험은 “메시지가 예상보다 적게 왔다”는 멘트를 통해 그 동안 일부 팬들에게 얼마나 시달려 왔는지 간접적으로나마 파악이 가능하다.
사실 악플도 관심이며, 무관심보다는 차라리 악플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팬들의 비난을 받아야하는 것 또한 돈을 받고 운동을 하는 프로선수의 숙명이다. 그러나 이 모든 명제 뒤에는 이른바 ‘선’을 지켜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경기력 여부와 상관없는 인신공격,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비뚤어진 팬심 등은 관심이 아닌 테러에 가깝다. 특히 외국인선수를 대상으로 한 SNS 공격은 국가 이미지 훼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메이저리그 내 KBO리그 평판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오지환(LG), 최주환(SSG) 등 몇몇 선수들이 무분별한 악플 테러에 선처나 합의 없이 강력 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사실 온라인이라는 방대한 세계에서 이들을 한 명씩 잡아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더라도 SNS 상의 악플을 근절할 수 있는 뾰죡한 수가 없기에 결국 개인의 의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자신의 악플이 야구판을 멍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인지할 때 비로소 맑은 응원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