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할의 전설’ 백인천(79) LG 트윈스 초대 감독이 병마와 힘겨운 씨름을 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유일의 4할 타자(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412)인 백인천 전 감독은 최근 뇌경색이 재발, 야구계의 무관심 속에 외롭게 투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한가위 무렵 백인천 전 감독과 어렵사리 전화 통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힘이 많이 풀려있었고, 약간 어눌했다. 애써 좋아졌다는 말을 하긴 했으나 “의사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는 그의 전언에서 현재 정황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현재 경기도 평택의 지인 집에 머물고 있다는 백인천 전 감독은 근황을 묻는 말에 “뇌경색이 왔는데 많이 좋아졌다”고 했지만 “혈압이 갑자기 높아져 뇌출혈이 돼 의사도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2년 전에 한 번 쓰러졌다가 좋아졌는데…”라며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때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삼척 등지에서 요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전 감독은 “오른쪽에 이어 왼쪽 팔다리에도 마비가 왔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풀려서 좋아졌다. 의사도 뭐 방법이 없다며 일단 많이 걸으라고 했다.”며 꾸준한 걷기로 재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최근에도 다시 쓰러진 것이냐는 물음에는 답을 하지 않고 그저 “(재발한 것은) 어디가 아픈 게 아니라 뇌혈관이 터져 막힌 것이다. 부상을 했다든지 어디가 아프면 이해가 되는데, 뇌 이상이라서 나도 모르는 것이고,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다”고 체념 어린 얘기도 했다.
그런 한편으론 “혈압약도 빠짐없이 꾸준히 먹으며 관리를 했는데, (다시 쓰러져 병원에 갔을 때) 끝났구나 싶었다. 최근에는 의사도 ‘대단하다. 정형외과 의사로서 처음 본다’고 했다.(의사에게) ‘나을 수 있습니까’하고 물으니 ‘아마 좋아질 겁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백 전 감독은 그러면서도 “뇌 신경 이상이니 평택에 있는 병원 아니라 어디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약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현재 백 전 감독을 돌볼 식구들은 국내에 아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애들도 모두 외국에 나가 있다”는 말만 하고 자세한 사정 설명은 꺼렸다.
그동안 백인천 전 감독과 가까이 지내며 그의 안부가 염려돼 자주 통화를 했던 김소식 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은 “뇌경색은 확실한 것 같다. 보통 뇌경색이 오면 손, 발가락 감각이 없어진다는데, ‘(백인천) 자기는 그렇지 않다, 의사가 깜짝 놀란다, 희한한 사람이다’고 말하면서도 어떤 때는 ‘이런 상태 같으면 오래 못 살 것 같다’는 말도 해 종잡을 수 없다. 현재 상태가 좋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다”고 걱정스럽게 전했다.
김소식 전 부회장은 “(야구계의 전설적인 존재가) 어쨌든 외롭게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면서 야구계의 관심을 촉구했다.
1982년 MBC 청룡 초대 감독에 이어 1990년 LG 트윈스 초대 감독으로 창단 첫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백인천 전 감독은 1997년 삼성 라이온즈 감독 시절에 뇌출혈 증상을 일으켜 일시적으로 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적이 있었다. 그 이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맡았다가 퇴진(2002~2003년)한 뒤에는 재야에서 간헐적으로 모교인 경동고 등 후배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래요. 이제 나이 먹고. 그러니까, 여든 아녜요. 우리 조상, 할아버지나 할머니, 부모는 모두 50, 60대에 돌아가셨지요. 여든을 넘긴 분은 없었어요. 내가 오래 산 것이지요”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쓸쓸함이 진하게 묻어났다. 주위의 무관심과 외면 속에 한국야구 전설 중의 한 분이 이렇게 병고를 겪으며 외로운 말년을 보내고 있다.
/글. 홍윤표OSEN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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