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프로축구 1부리그에서 뛰는 한국인 유망주가 있다? 있다! 심지어 리그 데뷔골을 터트리며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하찬영(20, 아미FC)이다.
지난 8월부터 아미FC에서 뛰고 있는 하찬영은 지난 29일 Angkor Tiger와의 경기에서 후반 71분 1:0으로 뒤진 상황에서 귀중한 동점골을 기록했다. 지난 19일 어시스트 한 개를 기록하며 발끝 예열을 마친 하찬영은 리그 데뷔골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캄보디아 리그에 적응하고 있다. 조금은 생소한 캄보디아 리그에서 뛰고 있는 하찬영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캄보디아 아미FC에서 뛰고 있는 2001년생 왼발잡이 공격수 하찬영이다. 올해 8월 현 소속팀 이태훈 감독님의 부름을 받아 캄보디아 티피 아미FC에 오게 되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해외 발령으로 인해 유년기를 네덜란드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보냈고, 해외에서 축구를 배우며 본격적으로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전문 축구를 시작했고, 고등학교 졸업 이후 다시 한 번 세계 무대에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준비했다. 고등학교 졸업 시점인 지난 2019년 겨울에 슬로바키아 리그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해 왔다.
Q) 유럽 무대에서 생소한 캄보디아 리그로 이적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경기 오산고 졸업 후 슬로바키아 리그의 MFK 타트란(이하 ‘타트란’) U-19팀에 입단했다. U19팀에서 반 시즌 만에 성인팀과 계약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반기가 끝나는 시점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결국 부상에서 복귀를 하지 못한 채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한국으로 복귀하게 됐다.
한국 복귀 후 독립구단 FC아브닐에서 재활 및 복귀 준비를 하던 중 독일 레기오날리가(4부리그)의 한 팀에서 오퍼를 받아 독일로 출국했다. 하지만 출국 시점과 동시에 현재 팀인 캄보디아 아미FC에서 오퍼를 받았다. 독일에서 팀 훈련을 하며 느낀 나의 커리어에 대한 비전과 캄보디아 리그로의 이적을 비교하던 중, 나를 1순위로 원하는 팀과 계약하는 것이 내 축구 인생 커리어에 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고 결국 아미FC에 입단을 결정하게 됐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었지만 결정을 빠르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세계 어떤 리그든 프로 무대에서 내 존재를 계속 알리고, 꾸준하게 경기를 출전해야 나의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미FC는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팀이었기 때문에 결정할 수 있었다. 또한 이번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내가 원하는 유럽 무대도 다시 재도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선택하게 됐다.
Q) 등번호 10번을 받았는데 팀에서 기대하는 바가 큰 것 같다.
이곳에 올 때 핵심 선수가 되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10번을 원했었다. 시즌 중임에도 불구하고 마침 팀의 10번이 비어 있어 원하는 번호를 받게 됐다. 소속팀은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에 위치하고 모기업의 좋은 지원을 받는 클럽팀이다. 최근 몇 년간 우승을 하지 못해 이번 시즌 용병 선임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던 것으로 안다. 소속팀의 기대처럼 공격수로서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해 팀이 승리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또한 팀 동료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Q) 현재까지 3경기에 출전했다. 실제 겪은 캄보디아 리그의 수준은 어떠한지?
7월 중순에 입국해서 2주간 자가격리를 진행했고 8월부터 팀 훈련에 합류했다. 사실 선수 이적 절차는 일찌감치 끝났지만, 중간 이적 시장에 합류한 선수는 하반기 리그부터 뛸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캄보디아 내 코로나 상황 때문에 경기가 계속 연기되어 한 달 이상을 기다리다가 9월에 데뷔전을 치렀다. 두 번째 경기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최근 경기에서 데뷔골을 기록했다. 꾸준하게 기회를 받다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캄보디아 리그가 상위 리그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공수전환이 빠르고 세밀한 축구를 지향한다. 아무래도 현지 선수들의 피지컬적인 부분이 떨어지기 때문에 중요 위치에 외국선수를 많이 쓰는 편이다. 선수 개개인의 기술적인 부분은 떨어지지만 정신력과 승부욕이 강한 것 같다.
Q) 캄보디아 리그만의 매력은? 생활은 어떤가?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마주 보고 도열을 한 뒤 합장을 하는 것과 캄보디아 국가 제창을 하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캄보디아 인구의 약 95%가 불교이다 보니 합장 인사가 자연스러운 문화인 것 같다. 8월, 9월은 캄보디아 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오다보니 경기가 당일에 취소가 되는 경우도 있었고, 경기 일정이 일정치 않아서 불확실한 상황이 많았다. 최근 들어 많이 안정되고 있어 마음 편하게 운동하고 있다.
생활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만족한다. 스스로 ‘나도 캄보디아인이 되어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지내고 있다. 현지 음식도 너무 잘 맞고 팀에서 생활적인 부분도 지원을 잘 해주고 있다.
Q) 한국인 이태훈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다. 본인한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축구 부분에선 다른 현지 선수나 외국선수에게 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감독님께서는 팀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조직력을 높이는 훈련을 중요시한다. 나에게는 공격적인 모습과 함께 우리 팀이 경기장 내에서 조직력이 떨어지거나 지치는 모습이 보일 때 감독님과 선수들 중간에서 소통 역할을 주문하신다. 타지에서 개인적인 어려운 부분이나 고민들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많은 힘이 된다.
또한 이번 이적 당시 감독님께서 나를 직접 팀에 추천했고 현지 적응을 할 때까지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이번 추석에는 혼자 명절을 보내야 했는데, 추석 당일 직접 집에 초대해 주셔서 식사를 같이 하는 등 생활적인 부분도 많이 챙겨 주고 계시다. 경기 때도 꾸준하게 기회를 주고 계시고 선수의 성장 측면에서 피드백을 계속해서 받고 있기 때문에 선수로서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 축구 선수로서 꿈이 무엇인지?
단기적으로는 남은 시즌동안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해 내 가치를 증명하고 싶다. 더불어 현재 플레이오프 중인 팀이 최대한 상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 현재 리그에서 최고의 공격수가 되어 다시 한 번 상위리그에 도전을 하는 것이 목표이다. 선수는 경기를 뛸 수 있는 팀에서 계속해서 경기력을 유지해야한다고 믿는다. 앞으로의 상황에는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최종적으로 내 선택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디제이매니지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