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브레이커에서 혼신의 역투로 KT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윌리엄 쿠에바스. 그런데 사실 그는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KT와 이강철 감독의 골칫거리였다.
KT 3년차를 맞이한 쿠에바스는 초반 10경기서 잦은 기복에 시달리며 평균자책점이 6점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6월 19일 수원 두산전에서 6⅓이닝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자 이강철 감독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고, 결국 쿠에바스에게 불펜행을 제안했다.
쿠에바스가 이를 고사하며 선발진에 잔류하게 된 상황. 그런데 사실 사령탑은 그의 보직보다 투구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양하고 위력적인 구종을 보유하고도 강한 자기 주관으로 비효율적인 투구를 일삼는 모습이 답답했다. 여기에 꾸준함, 진중함과는 거리가 먼 일희일비하는 모습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감독과 쿠에바스의 냉전 아닌 냉전이 잠시 있었던 이유다.

사령탑의 불편한 심기를 눈치 챈 쿠에바스는 이 감독에게 “왜 내게 화를 내냐”고 물었다. 이에 이 감독은 “화를 낸 게 아니고 투수가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선 포커페이스가 필요하다. 그런데 넌 조금만 잘하면 세리머니가 커진다. 네 페이스를 가라앉히려는 의도였다”라고 차분히 조언을 건넸다. 또한 8이닝 1실점으로 역투한 지난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떠올리며 “그 때 네 눈빛에 놀랐다. 그런 진지한 태도로 던지니 이닝을 길게 쭉 가져갔다”고 진중한 태도를 거듭 강조했다.

감독과의 면담은 곧바로 효과를 봤다. 세리머니는 작아지고 눈빛은 진중해졌다. 6월 25일 대전 한화전 5이닝 무실점 승리를 시작으로 6이닝은 기본인 에이스급 외인투수로 거듭난 그였다.
물론 8월 부친상을 당하며 마음고생이 극심했지만 고국 베네수엘라행이 아닌 KT 잔류를 택한 뒤 10월 평균자책점 2.16을 비롯해 두 달 동안 로테이션을 든든히 지키며 팀의 타이브레이커행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마지막 145번째 경기에서 그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됐다. 10월 28일 NC전에서 7이닝 2실점 108구를 던진 뒤 불과 이틀밖에 쉬지 못했지만 31일 삼성과의 1위 결정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99구 투혼을 발휘했다. 허구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나흘간 207구를 던진 그를 보고 “최동원이 떠오른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그의 희생은 결국 KT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어졌다.
쿠에바스는 경기 후 “여러 어려운 상황을 겪었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이기 때문에 집중하려 했다. 오랜만에 팬들을 통해 200%의 힘을 냈다”며 “원래 계획은 3~4회였으나 3회 이후 아드레날린 수치가 워낙 높아 더 던진다고 했다. 한국시리즈에선 오늘보다 더 높은 텐션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