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1)의 주무기는 컷패스트볼이다. 변형 패스트볼의 일종으로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바깥으로 휘어지는 구종. 줄여서 '커터'라고도 부르는 이 공으로 쿠에바스는 이틀 쉬고 나선 타이브레이커 게임에서 7이닝 1피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압도, KT에 창단 첫 우승을 안겼다. 커터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날카롭게 꺾이면서 타자들의 헛스윙과 땅볼을 이끌어냈다.
이강철 KT 감독도 "그날 쿠에바스 볼끝이 휙휙 휘어지는 게 대단했다"고 떠올리며 "선수들이 '냉정한 쿠에바스는 페드로 같다'고 하더라"는 말로 극찬했다. 사이영상 3회 수상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에 비견될 정도로 쿠에바스의 시즌 마지막 날 투구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실제 쿠에바스는 마르티네스와도 인연이 있었다. 지난 9일 서산에서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쿠에바스는 "페드로가 나의 우상이자 커터를 가르쳐준 스승이다. 2016년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직접 1대1 지도를 받았다. 매일 느낌이 다르고, 경기 상황에 맞게 커터를 던지는 것은 나 자신이지만 페드로가 가르쳐준 게 맞다"고 밝혔다.

'냉정한 쿠에바스는 페드로 같다'는 감독과 선수들의 표현에 대해 "그렇게 말씀해주니 재미있다. 감사하다"고 웃으면서도 냉정을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나 역시 느끼는 점이 있다. 마음에 새겨듣겠다"고 말했다. 마운드에서 감정적으로 흔들려 무너지는 경우가 잦았던 쿠에바스가 침착하게 냉정을 유지하면 그 어떤 투수 부럽지 않다는 의미.
지난달 28일 수원 NC전 더블헤더 2차전에서 7이닝 99구를 던지고 3일 뒤 101구를 던지는 강행군을 치렀지만 몸 상태는 문제없다. 쿠에바스는 "그날 이후에도 똑같은 루틴으로 훈련하고 있다. 달라진 게 없다"며 "항상 준비돼 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팀이 원할 때 언제든 던질 준비가 됐다"고 자신했다. 11일 수원에서 한화와의 연습경기에 나서 13일부터 열리는 한국시리즈를 준비한다.

쿠에바스는 최종전을 떠올리며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경기였고, 인생 투구라고 할 만한 범주에 들어가는 날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그런 투구를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어릴 때부터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다. 그러다 보니 시즌 뒤로 갈수록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보여주는 스타일이다. 한국시리즈에서도 1000%를 보여줄 것이다"고 뜨거운 각오를 불태웠다.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이 유력한 쿠에바스이지만 "우리 팀 누구도 자신이 언제 나갈지 모른다. 얘기를 들은 게 없다"고 기밀을 지키며 "우리는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상대에 상관없이 무조건 이길 것이다. 어느 팀이 올라오든 잘 던질 자신 있다. 목표는 승리뿐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해 쿠에바스는 삼성 상대로 1위 결정전 포함 6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2.41로 강했지만 두산전에는 5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7.30으로 고전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쿠에바스가 앞으로 두 번만 더 그렇게(1위 결정전처럼) 던져주면 좋겠다. 내년 재계약이 걸려있으니 본인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올해로 한국에서 3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쿠에바스도 "아마 3년 뒤에는 한국어로 인터뷰를 하지 않을까"라며 KBO리그에서 롱런하고 싶은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에서 또 다시 인생투를 펼친다면 쿠에바스의 꿈도 이뤄질 것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