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통역→두산 투수→1년만에 방출, “꿈을 이뤘으니 미련 없어요” [오!쎈 인터뷰]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11.20 10: 26

프로선수가 된지 불과 1년 만에 방출을 당했지만 목소리는 밝았다. 방출의 아픔보다 꿈을 이뤘다는 기쁨이 더 커보였다.
우완투수 안찬호(28)는 지난 19일 두산 베어스가 발표한 재계약 불가 선수 12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독립구단 파주 챌린저스에서 2021년 두산 육성선수로 입단해 퓨처스리그만 10경기를 뛰고 한 시즌만에 방출을 당했다.
안찬호는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미리 방출을 알고 있었다”며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드디어 하고 싶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니 미련도 없고, 내 꿈을 막고 있었던 장애물을 넘은 느낌이다.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안찬호 / OSEN DB

안찬호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993년 서울에서 태어나 5살 때 미국으로 떠난 그는 그곳에서 리틀야구를 시작했고, 고교 졸업 후 프로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와 청주고등학교 3학년으로 입학했다. 이후 경희대학교에 진학해 선수 생활을 이어갔지만 프로 지명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 때 KT 위즈 통역 모집 공고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선수는 아니지만 프로 1군에서 한 시즌을 보낼 수 있다는 매력에 곧바로 지원해 입사에 성공했다. 2017년 당시 조니 모넬, 돈 로치, 라이언 피어밴드, 멜 로하스 주니어 등의 통역을 맡으며 프로선수의 루틴, 정신 자세 등을 배웠고, 이는 야구에 대한 절실함을 더욱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
짧은 야구단 생활을 마친 안찬호는 다시 야구를 하기 위해 독립구단 파주 챌린저스로 향했다. 3개월 후 입대 영장이 날아오며 잠시 야구공을 내려놔야했지만 오후 6시 사회복무요원 일과를 마치고 웨이트트레이닝, 기술훈련 등으로 매일 저녁을 보냈고, 2020년 3월 소집해제 후 파주로 돌아와 한 시즌을 무사히 치렀다. 그리고 때마침 열린 두산 입단 테스트에 참가해 그토록 바랐던 프로의 꿈을 이뤘다.
22일 경기도 이천시 두산베어스파크에서 '2021 KBO 퓨처스리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8회초 2사 1루 두산 안찬호가 역투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시즌 초반 퓨처스리그서 6경기 연속 비자책 호투에도 1군 콜업이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퓨처스리그에서만 10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9.00(11이닝 11자책)을 남기며 첫 시즌을 아쉽게 마무리했다.
안찬호는 “1군에 올라가지 못한 건 아쉽다. 내가 부족했다. 그래도 1군 콜업 빼고는 내 능력을 확실히 발휘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다음을 준비할 나이가 됐다. 현실적으로 모든 걸 다 받아들인 상태다. 오히려 나와 우리 가족은 현재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2군에서 좋았을 때는 나도 프로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지금까지 야구를 허투루 한 게 아니었다. 물론 다른 선수들에 비해 화려하진 않지만 사람마다 목표가 다르고, 난 내 목표를 이뤘다”고 뿌듯해했다.
공교롭게도 올해 한국시리즈는 모두 안찬호가 한 번씩 몸담았던 팀의 맞대결이었다. 결과는 과거 그가 통역을 맡았던 KT의 창단 첫 통합우승.
안찬호는 “우리 두산이 져서 아쉬웠지만 감동을 받았다. 내가 있었을 때 KT는 꼴찌였는데 밑에서 여기까지 올라오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며 “내가 존경하는 박경수 선배님의 부상과 MVP를 보며 감동을 많이 받았다. 유한준 선배님도 그 나이에 4번을 치는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멋있었다”고 흐뭇해했다.
안찬호는 향후 선수가 아닌 프런트로 야구 커리어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현재 KBO리그 복수 구단과 연락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찬호는 “우선 조금 쉬고 다시 야구 쪽에서 일을 할 것 같다. 구단이 필요한 분야, 또 내게 주시는 직책을 맡을 생각이다. 아무래도 영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안찬호는 끝으로 “두산에서 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사장님, 단장님, 이복근 스카우트팀장님께 감사드린다. 친구들과 동생들도 너무 잘해줘서 재미있게 야구를 했다. 조경택, 이광우 코치님도 감사했다”며 "두산이 너무 그리울 것 같다. 기억에 많이 남을 것”이라고 정든 두산에 끝인사를 남겼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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