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유아인, 자꾸 이상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배우[Oh!쎈 초점]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1.11.22 11: 59

지옥문이 열렸다. 유아인과 함께.
유아인은 관객에게 자꾸 이상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배우다. 2010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걸오앓이를 양산할 때까지만 해도 연기 잘 하는 청춘스타쯤으로 생각됐는데 2021년까지 이어지는 그의 거침없는 필모그래피는 그저 놀랍다.
진부하지만 '도전'이란 키워드는 그에게 특별해보인다. 유아인은 이에 대해 넷플릭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쁜 말이고 늘 하면서 살았다. 최고의 가치로 두고 살았다. 하지만 함정처럼 강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의 도전과 함께 관객들에는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새로운 영화적 경험. 그의 연기는 전혀 낯선 세계의 풍경을 생경한 느낌으로 전달한다. 그러면서도 전율 돋는 현실감은 '왜 유아인인지'를 느끼게 한다. '왜 보지 않을 수 없는지'도.
'완득이'의 사랑스러운 문제아 완득, '베테랑'의 국민 빌런 조태오를 거쳐 '사도'의 비극적 사도세자, ‘버닝’의 방황하는 청춘 종수, 최근 ‘소리도 없이’의 선악이 불분명한 인물 태인까지.  
아버지에 대한 애정 결핍 속 정신분열을 겪는 '사도'의 사도세자는 그간 수없이 반복해 학습된 기존의 인물과는 차원을 달리했고, '버닝'에서는 열등감이 내재된 소설가 지망생 택배기사 종수를 통해 이창동 감독의 추상적인 세계로 관객을 적극적으로 안내했다. 여러겹의 '층'으로 복잡한 해석을 낳는 스토리와 감정선에 유아인은 이정표 같은 역할을 했다.
역시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를 '재발견'한 작품은 '소리도 없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데다 험상궂은 인상에 반쯤 감은 눈, 고릴라처럼 걷는 그는 마치 한 마리 동물을 보는 듯 본능적이고 기이했지만 소리도 없이 관객들을 한 편의 잔혹 동화 세계로 빠트렸다. 영화가 끝난 후 드는 '내가 뭘 본거야'란 생각은 허탈함이 아닌 아름다운 여운이다.
이번에는 사이비 종교 초대 의장이다.
연상호 감독이 자신의 웹툰을 직접 시리즈로 옮긴 '지옥'에서는 예고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게 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리도 없이' 태인의 몸에서 반쪽이 된 유아인은 이 기묘하고 저주받은 현상을 신의 행위라 설명하는 새진리회의 의장 정진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지옥'의 기틀을 잡는 힘이자 전제는 단연 유아인이다. 유아인 자체의 신비스러움과 응집된 연기력이 합쳐져 조용하게, 하지만 폭풍처럼 범접불가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그간 많은 영화적 경험을 제공한 유아인은 이제 우리에게 거부할 수 없는 K-오컬트를 권한다. 배우 이상의 예술가를 목도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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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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