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하니에서 배우 안희연으로, 올해도 내년에도 '활공' [인터뷰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1.12.15 15: 25

목표지향적인 사람으로 늘 골인 지점을 향해 달렸다. 취미로 하는 러닝도 그랬다. 골인 지점을 향해 달렸다. 그러다 친구가 ‘습습후후’ 호흡법을 알려줬고, 호흡법에 집중하며 달렸더니 어느새 골인 지점에 도착해있었다. 이것도 놀라웠지만,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무엇을 하고 싶냐’던 목표지향적인 사람에서 ‘어떻게 하고 싶냐’는 모토를 갖게 됐다. 바로 EXID 하니에서 이제는 ‘배우’라는 말이 더 입에 붙는 안희연의 이야기다.
역주행의 시발점이 된 직캠의 조회수는 3500만을 돌파했다. EXID 하니로 익숙한 안희연은 역주행을 타고 대세 걸그룹으로 활약했고, 전 소속사와 전속계약이 마무리되면서 배우로 전향했다.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그의 나이 28살이었고, 올해로 3년째가 됐다. 3년 사이 EXID 하니라는 이름보다는 ‘배우’ 안희연이라는 이름이 입에 더 붙기 시작했다.
안희연이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건 ‘첫 장’이다. 이 작품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첫 번째, 그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두 번째다. 그래서 다양한 플랫폼에서 ‘배우 안희연’을 볼 수 있다. 안희연은 “내게 중요한 건 첫 장, 이 작품이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왜 그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지, 던지는 사람은 그 메시지를 왜 던지고 싶은지를 본다”고 자신의 기준을 밝혔다.

써브라임아티스트에이전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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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안희연은 연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EXID 활동 때도 연기적으로 다른 활동을 보여준 적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하니’가 ‘안희연’이 되어 연기에 도전했을 때 반신반의했던 시선이 많았다. 역주행으로 이름을 알렸기에 쉬운 길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하니는 ‘배우 안희연’이 되기 위해 시작부터 차근차근 걸음을 밟았다. 독립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를 시작으로 드라마 ‘엑스엑스’, ‘SF8-하얀 까마귀’, ‘아직 낫서른’, ‘유 레이즈 미 업’, ‘아이돌 : 더 쿱’까지가 지금까지의 안희연의 필모그래피다.
안희연은 “처음에는 연기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상업성의 끝인 아이돌을 하다가 작품성의 끝인 독립영화로 왔기에 바뀐 환경이 좋은건지, 연기가 좋은건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 다음에 ‘엑스엑스’를 선택했다. 그렇게 연기를 더 해보니 재미있었다”며 “난 그런식으로 되게 목표지향적이었던 사람이었다. 늘 골인 지점을 보고 달리는 사람이었고, 늘 해야 할 게 있어야 하고, 단기 목표, 중기 목표, 장기 목표를 가지고 움직였다. 취미로 하는 러닝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어느 날 친구가 ‘습습후후’ 호흡법을 알려줬다. 골인 지점이 아닌 호흡법에 집중하라는 뜻이었고, 너무 신기하게도 호흡에, 순간 순간에 집중해서 달리니까 어느새 골인지점이더라. 너무 놀라웠고, 더 달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써브라임아티스트에이전시 제공
차근차근 걸어오며 아이돌 하니, EXID 하니에서 ‘배우’, ‘연기자’ 안희연으로 인식을 바꾸던 중 선택한 작품은 아이돌을 다룬 JTBC 월화드라마 ‘아이돌 : 더 쿱’(극본 정윤정, 연출 노종찬)이었다. ‘아이돌 : 더 쿱’(이하 아이돌)은 당당하게 내 꿈에 사표를 던지는 청춘들의 이야기. 실패한 꿈과 헤어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안내서를 그린 작품으로, ‘망돌’ 코튼캔디 멤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이돌’에서 안희연이 맡은 역할은 걸그룹 코튼캔디 리더 제나. 제나는 특히나 EXID 하니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 많았다. 안희연은 “아이돌이라는 직업의 수명은 짧다. 끝이라는 걸 염두할 수밖에 없다. 어릴 때부터 연습생으로 시작해 이거 밖에 안했는데 이게 끝나면 어떻게 하나라는 두려움을 가진 인물들이 많다. 그 끝을, ‘아이돌’은 시작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1위를 하고 해체하는 게 아니라 해체하고도 행복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내가 원하는 결말이었다.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코튼캔디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고,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작품을 정할 때 첫 장과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 메시지를 전하는 인물을 본다는 안희연에게 딱 맞는 게 어쩌면 ‘아이돌’이었다. 안희연은 “대본을 보고 스타일링을 할 때 지금까지 안 한 스타일링을 해야겠다 싶었다. 제나를 하니로 보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내가 왜 제나와 하니를 분리시키려고 했지?’ 싶었다. 제나가 하니고, 하니가 제나다. 그리고 업계에 많은 이가 제나다. 그래서 내가 그럼 제나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떠올렸다. 지금의 안희연은 제나와 성격적으로 많이 다르다. 지난 시간을 토대로 접점이 있는 시기를 다시 되살리려고 했다. 그래서 지난 방송들을 쭉 훑고, 그때 내가 했던 고민들, 가치관들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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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은 안희연에게도 많은 깨달음을 준 작품이었다. 그는 “작품에 진심으로 임했기에 주어진 선물 같은데, 나는 EXID를 하기 전까지는 독립적인 성향이 강했다. 무엇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그런 것에 서툰 아이였다. 그런데 EXID 팀 생활을 하면서 ‘우리’라는 게 무엇인지 알았고, 그게 얼마나 강하고 아름다운건지 배웠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할 때 소개를 하면서 ‘코튼캔디의 제나 역을 맡은 EXID 하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아름다운 것이지만 제나를 연기하면서 ‘우리’가 ‘나’보다 앞서버리면 위험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제나를 연기하면서 ‘우리’도 좋은 것이지만 그게 맹목적인 가치가 되어버리면 위험한 것일 수 있겠다 싶었고, 강요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한번 깬 걸 또 깬 느낌이다. 그래서 연기가 재미있다.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된다. 또 다른 캐릭터라서 다른 시각을 얻게 되고, 기존에 알고 있던 나, 타인, 관계, 세상을 다시 배우는 느낌이다. 그걸 알게 되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 즈음, 안희연의 MBTI는 INFJ에서 INFP로 바뀌었다. J에서 P로 바뀐 부분이 주목되는데, 이전까지는 목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자율적이고 유동성이 생긴 게 특징이다. ‘습습후후’ 호흡법, ‘아이돌’ 제나를 통해 얻은 깨달음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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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활공’. 안희연이 올해 목표로 삼았던 단어다. 매해 하나의 단어를 목표로 삼고 달린다는 안희연은 올해 그 목표를 처음으로 실패했다고 밝혔다. 활공을 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아직 부족했고, 올해는 활공을 준비하는 해로 생각하고 내년에 다시 활공을 하겠다는 마음이다.
안희연은 “올해 목표 달성을 실패했다. 그래서 내년에도 목표는 활공이다. 올해 공개된 작품이 4개로, 일을 정말 많이 했다. 일을 많이 했지만 준비도 많이 했다. 올해 내가 얻은 큰 수확은 전보다 조금 더 내가 뭘 좋아하고, 덜 좋아하는지, 잘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 내년에는 이루지 못한 것들을 이뤄내보려고 한다. 그래서 내년의 목표도 ‘활공’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안희연은 “최근 친구가 ‘궁극적으로 뭘 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런게 그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뭘 하고 싶은지, 뭘 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어떻게’ 하고 싶은지다. 뭘 하는지보다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한 사람이 됐다. 뭘 해도 재미있고 행복하게. 그게 내 목표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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