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에게 높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 경기 흐름을 제멋대로 편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순서를 편집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 것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기만한 것이다. 이미 마음을 돌린 시청자들이 ‘골때녀’를 계속 볼 리 만무하다.
‘골때녀’의 행태는 생각할수록 황당하기 짝이 없다. 골 득점 현황을 본래 경기대로 풀지 않고, 반전에 반전의 재미를 안긴답시고 양팀의 득점 순서를 편집했다. 이는 어불성설이다. 스포츠 예능이 아니었다고 해도 흐름을 뒤바꾼 예능이 있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골때녀’는 예능으로 시작했는데 장르가 스포츠인 거다”라고 주장했던 코치 김병지의 말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네티즌들에 의해 방송 조작이 드러나자 제작진은 뒤늦게 “죄송하다”는 입장을 냈는데, 이는 등 떠밀린 사과 측면이 강하다. 만약에 이번에 들통나지 않았다면 재미없는 경기를 놓고 지속적으로 조작을 시도했을 터다.
네티즌들에 의해 드러난 정황은 이렇다. 지난 22일 방송된 ‘골때녀’에서 구척장신 팀과 원더우먼 팀의 대결이 펼쳐졌다. 방송에서는 두 팀이 3대 0으로 시작해 3대2, 4대2, 4대3으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후반전에서 이르러서야 구척장신 팀이 두 골을 넣으며 6대3으로 승리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실제 경기는 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척장신 팀은 전반전에서 이미 5대0으로 앞서 나갔고, 후반전에서 한 골을 더 넣어 6대3으로 원더우먼 팀을 이겼던 것. 제작진은 각축전을 만들기 위해 양팀이 골을 넣는 시점을 편집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화이트보드에 손으로 적은 점수와 TV 화면에 자막으로 나온 점수가 다른 점, 같은 전반전인데도 관객석에 앉아있는 감독들의 위치가 다른 점 등을 발견했다. 이에 제작진은 편집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김병지는 승부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주작은 인정 못 한다. 없는 걸 있는 걸로 만든 건 아니다. 편집에 대해서는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골때녀’ 측은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작진에서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 전적으로 연출진의 편집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라며 “모든 책임은 제작진에게 있으니 애써주신 출연진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억측은 자제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다시 한번 시청자 여러분과 출연진께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제작진이 사과했지만 ‘골때녀’의 편집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그동안 그들이 강조했던 진정성 때문이다. 스포츠 정신을 무시하고 예능적 재미를 위해 억지 반전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열린 ‘SBS 연예대상’에서 ‘골때녀’는 최우수 프로그램상, 감독상, 작가상 등 8관왕을 차지했다. 수상의 영광이 무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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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김병지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