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세상人] e스포츠로 달려온 20년 외길...VSPN 코리아 김기호 대표의 꿈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22.01.01 16: 12

1998년 PC방 부흥을 기점으로 태동한 e스포츠는 4차 산업시대를 이끌고 갈 새로운 미래산업이자, 가장 인기 있고 젊은 스포츠로 불린다. 스타크래프트 세대로 불리는 3040세대나, 리그 오브 레전드에 열광하고 있는 1020세대까지 e스포츠는 현재 시대를 꿰뚫고 있는 대표적인 컨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스포츠 산업의 성장 속도 엄청난 속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가 지난 2019년 기준 8억 6900만 달러(약 1조 210억 원)에서 2022년까지 29억 6300만 달러(약 3조 48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연 평균 35% 이상 성장해야 가능한 수치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녹록하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e스포츠 리그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게임 전문 방송채널이다. 지난 2012년 1월 31일 게임 전문 채널의 양대 산맥으로 불렸던 MBC게임의 폐국을 시작으로 게임 전문 방송 채널의 입지는 계속 흔들리고 있다.

심지어 철옹성 같았던 OGN 역시 폐국설로 인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오기도 했다. 가까스로 폐국은 면했지만, 제작 인력이 없어 자체제작 프로그램은 전무한 상황에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여기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듯 환경의 변화로 방송 플랫폼은 TV 케이블 채널에서 인터넷 스트리밍 기반으로 달라졌다. 이런 삭막한 현실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게임 전문 방송 제작사는 ‘FPS의 신’으로 불렸던 김기호 PD가 대표로 있는 VSPN 코리아다.
PD 시절 스타리그, LCK, 서든어택 리그, 카트라이더 리그, 던전앤파이터 리그, 프리스타일 리그, 크로스파이어 리그까지 대한민국 대표 e스포츠 콘텐츠를 만들어낸 베테랑이었던 김기호 대표는 실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4년부터 5년간 중국 e스포츠 리그 제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3년 전 한국으로 돌아와 VSPN 코리아를 개국한 그는 한국 e스포츠 방송 시작에서 당당하게 한 축을 책임지고 있다. 400석 규모의 V.SPACE 개관을 통해 글로벌 e스포츠 자본 유입의 가능성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라이엇게임즈(LOL), 크래프톤(배틀그라운드), 넥슨(카트라이더), 컴투스(서머너즈워) 등 e스포츠 대표 게임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리그 제작에 나서고 있다.
늦가을이 절정에 달한 지난 해 11월 서울 동대문 V.SPACE에서 만난 김기호 대표는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벌써 2021년이 다 끝나고 있다”고 웃으면서 “코로나로 인해 어떻게 보면 e스포츠는 더욱 더 대중에게 관심을 받는 산업이 되고 있다. VSPN 코리아도 지금 보다 더 성장해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서 한국 e스포츠를 알리는 첨병이 되고 싶다”고 시원시원한 너털 웃음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게임 전문 방송에서 20년간 몸담은 베테랑 답게 V.SPACE의 김기호 대표의 제작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정 리그의 기반을 두기 보다 다양한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3040세대가 좋아했던 RTS 장르나 FPS 장르나 AOS 기반의 5대 5 기반의 리그도 제작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e스포츠에 국한 되지 않은 다양한 색깔의 프로그램 제작이 가능하다. 국제 컨퍼런스 외에도 음악 콘서트, 미술 전시회까지 소화할 수 있도록 가변형 무대가 인상적이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3년 전과 2021년 현재, e스포츠의 시장의 달라진 점을 묻자 잠시 고민하던 김기호 대표는 차분하게 e스포츠 제작 현실의 고충을 차분하게 설명하면서 새로운 시도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2002년 온게임넷에서 시작해 어느 덧 게임 방송 업계에서 일한 지 20년차가 됐다. e스포츠와 게임 전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좋아졌지만, 아쉽게도 게임 방송 시장의 제작 여건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씀을 조심스럽게 드리고 싶다. 단적인 예로 한국과 중국의 제작비를 비교하면 5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 중국의 경우 한국에 비해 후발주자 라고 하지만 강력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가고 있다. 한국 또한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 더 많은 투자와 제작 여건을 갖춰야 한다. 그래도 VSPN 코리아는 현실을 아쉬워하기 보다는 젊은 조직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변화를 주도하려고 하고 있다. 아이디어 뿐만 아니라 계속 파트너사들과 협업을 통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달리고 있다.”
김기호 대표는 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다시 한 번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식 종목을 채택됐다는 점에서 이제 스포츠 종목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대중들의 관심도도 더욱 높아질 것이고, 이제까지 보다 더 많은 시도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면서 다시 한 번 성장할 수 있을 토대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기호 대표는 “학창 시절 복싱을 하면서 국가대표를 꿈꾼 적이 있다. 비록 어른이 되면서 영상에 담긴 모습에 매력을 느껴 게임 채널로 진로를 바꿨지만, 최고를 향해 달려가는 목표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아직 한국 e스포츠 시장의 가치와 잠재력을 믿고 있다. 한국 e스포츠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선두 주자의 역할을 우리가 해내려고 하고,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e스포츠 제작사가 되기 위해 계속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라고 인사말을 남겼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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