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규(31, 제주)는 득점왕 2연패가 다음 시즌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이보다 큰 꿈을 가지고 있었다.
12일 오전 10시 제주 서귀포의 빠레브 호텔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2 전지훈련 1차 미디어 캠프에서 제주 유나이티드 남기일 감독과 주민규, 윤빛가람, 김오규 선수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구단의 배려로 기자회견이 종료된 후 주민규 선수와 만나 추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주민규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22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다. 기자회견 당시 주민규는 다음시즌 목표로 한국인 최초 K리그 2연속 득점왕을 노린다고 밝혔지만, 이보다 더 큰 꿈을 품고 있었다. 바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득점왕이었다.
주민규는 K리그1 시상식장에서 만난 세징야(32, 대구)에게 “FA컵을 이겨달라. 윈윈 챔피언 플리즈~”라며 애교 넘치게 대구의 승리를 기원했다. 시즌을 3위로 마친 대구가 FA컵에 우승해야만 4위 제주가 ACL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들은 세징야는 웃으면서 “오케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결승전 상대였던 전남 드래곤즈는 대구와 명경기를 펼쳤고, 결국 대구는 접전 끝에 3-4로 패배했다.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이를 통해 주민규는 축구의 본질과도 같은 중요한 점을 깨달았다. 다음은 주민규와의 일문일답.
Q: 다음 시즌 선보일 제주의 공격 축구에 대해 기대하는 부분은.
작년에는 사이드에서 찬스가 많이 났다. 올 시즌은 윤빛가람, 최영준, 이창민이 중원에 버티고 있다. 중앙에서도 찬스가 많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년보다 올해 더 많은 찬스가 나리라 기대하고 있다. 찬스를 얼마나 살리느냐에 따라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어떻게 득점으로 연결할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Q: 지난 시즌 제주는 52골을 넣으며 4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 시즌 목표는.
올 시즌은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구단도 투자를 통해서 좋은 선수를 많이 영입했고 '전북-울산의 대항마로 제주가 올라서야 하지 않나', 또 '다른 팀들이 경계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실망스럽지 않도록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2020년 8골이었다. 지난 시즌은 22골이었다. 무슨 차이가 있었나.
2020년에는 사마귀가 있었다. 2021년에는 없었다. 시즌 내내 사마귀로 고생했다. 한 경기 뛰고 2주 쉬고, 또 한 경기 뛰고 2주 쉬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리듬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안 아프고 축구하고 싶었다. 2021 시즌에는 사마귀를 확실히 제거했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내다 보니 좋은 퍼포먼스가 나온 것 같다.
Q: 다양한 팀을 상대로 고른 득점력을 보여줬다. 꾸준한 득점력의 비밀은.
다른 선수들은 가지지 못한 좋은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찬스가 많이 난다고 생각한다. 찬스를 다 살렸더라면 정말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됐을 텐데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더 많은 찬스가 나리라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그 많은 찬스를 어떻게 살릴까', ‘어떻게 골을 더 잘 넣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Q: K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가 있다. 2연패 이외에 이루고 싶은 꿈은.
첫 번째로는 한국선수 최초 득점왕 2연패다. 더 큰 목표는 올해 우승을 통해 ACL에 나가 그 대회에서 득점왕을 해보고 싶다. 은퇴하기 전에 한번 ACL 득점왕을 해보고 싶다.
Q: 자신만의 무기와 리그에서 득점왕 경쟁에 의식되는 경쟁자는.
다른 선수들보다 찬스 마무리 능력이 좋다고 생각한다. 정확도가 좋다. 경쟁자라고 하면 라스, 구스타보 등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많다. 김건희(26, 수원삼성), 조규성(23, 김천) 선수도 좋은 선수이고 '함께 잘해서 외국인 선수를 견제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Q: 반면에 보완해야 할 점은.
좀 더 찬스를 많이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찬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더 많은 득점을 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안일하게 처리했던 찬스가 있었다. 골을 좀 넣다 보니 ‘한 골 넣었으면 됐지, 두 골 넣었으면 됐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었다. 끝까지 집중했더라면 더 많은 골을 넣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다. 올해는 안주하지 않고 끝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시즌 내내 끌고 가야 할 것 같다.
Q: 2013년 고양 Hi FC에 있을 당시 미드필더였다. 감독이었던 이영무 감독이 공격수로 기용한 이유는.
미드필더로 뛸 당시 몸싸움을 즐겨하고 볼 키핑 능력이 좋았다. 그런 모습을 보고 공격수로 기용했던 것 같다. 경기 후반에 나와 조금씩 공격수로 뛰다 보니 당시 서울 이랜드FC 감독이었던 마틴 레니 감독님이 경기를 보러 오셔서 “미드필더로 뛰면 그저 그런 선수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공격수로 뛴다면 K리그의 이동국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시더라.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생각해 수락했다.
Q: 개인에게 부여한 목표는 몇 골인지
작년에 22골 넣었기 때문에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23골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전북 울산 양강 구도와 제주가 대항마로 꼽히는 것에 대해.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좋은 상황이다. 항상 우승 경쟁을 하는 두 팀인데 우리 팀이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여러 팀이 좋은 투자를 받아 양강 구도를 깨뜨렸으면, 또 그로 인해 리그가 더 재밌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팬분들 역시 같은 생각일 것이다. 제주가 좋은 본보기가 돼 앞으로 더 많은 투자를 통해 재미있는 경기, 재미있는 리그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Q: 리그 우승을 위해서는 전북-울산을 상대로 상대 전적에서 유리해야 한다. 전북과 울산을 상대로 몇 골 넣고 싶은지.
매 경기 골을 넣고 싶다. 울산, 전북과 함께 쉽게 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승점을 가져오기는 어려워도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승점 6점짜리 경기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어느 팀을 상대로든 쉽게 지지 않으면서 승점을 가져올 수 있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승 경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Q: K리그 시상식 때 세징야 선수에게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FA컵 결승전은 명경기 끝에 전남의 승리로 끝났다.
세징야를 많이 응원했다. 당시 결혼식 등 행사가 많아 경기를 보지는 못하고 휴대폰으로 계속 경기를 확인했는데 양 팀이 계속 골을 주고받으며 너무 재미있게 흘러갔다. 하지만 경기는 재밌을지 언정 속이 타들어 가더라. 좋았다가 나빴다가 했다. 결국 경기 결과에 따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가 좌절되면서 ‘자력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야겠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바라지 말아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올해는 ‘무언가 바라지 말고 우리가 직접 이루어 내자’라고 마음먹었다.
이왕이면 우승으로 직접 티켓을 따내고 득점왕으로 이 우승에 도움을 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해 그 대회에서 득점왕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사진] 서귀포=민경훈 기자(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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