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8개 팀에서 활약한 스위치히터 외야수 멜키 카브레라(38)가 은퇴를 선언했다. 10년 전 그때 그 사건도 재조명되고 있다.
카브레라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2019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끊긴 카브레라는 최근까지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에서 뛰었다. 지난해 여름 도미니카공화국 대표로 도쿄올림픽에 참가해 한국을 꺾고 동메달을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지난 2005년 뉴욕 양키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한 카브레라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8개 팀을 옮겨다녔다. 15시즌 1887경기 통산 성적은 타율 2할8푼5리 1962안타 144홈런 854타점 101도루 510볼넷 891삼진 출루율 .334 장타율 .417 OPS .751. 2009년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였고, 2012년 올스타전에선 MVP도 수상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뛰던 2012년이다. 113경기 타율 3할4푼6리 159안타 11홈런 60타점 OPS .906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그해 8월16일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 약물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을 보였다. 최고 시즌을 보내던 중 금지 약물 사건이 터지면서 충격을 안겼고, 50경기 출장정지 징계와 함께 시즌 아웃됐다.
당시 규정타석까지 딱 한 타석 모자랐던 카브레라였다. 하지만 규정타석 충족에 필요한 타석을 모두 아웃을 처리해도 1위가 되면 타율, 출루율, 장타율 타이틀 승자로 인정하는 메이저리그 야구 규칙 10.22(a)에 따라 생애 첫 타격왕 등극이 가능했다.
그러나 카브레라 스스로 타격왕 후보에서 물러났다. 그는 “상에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다. 나보다 수상 자격이 있는 누군가에게 주어져야 한다”며 타격왕 자격 포기를 요청했다. 카브레라의 에이전트 세스 레빈슨도 “카브레라는 자신의 실수로 샌프란시스코 동료들과 팬들을 실망시킨 것에 진심으로 후회한다. 타격왕 수상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결국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가 합의하에 카브레라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해 내셔널리그 타격왕은 샌프란시스코 팀 동료였던 버스터 포지의 몫이 됐다. 포지는 타율 3할3푼6리로 커리어 처음이자 마지막 타격왕 타이틀을 따냈다. 만약 카브레라가 후보 자격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규정타석에 필요한 1타석이 아웃 처리돼도 타율 3할4푼6리라 포지는 2위로 밀려날 수 있었다.
카브레라의 금지 약물이 적발된 날 동료였던 포지는 “본질적으로 나쁜 선택이다”며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듬해 토론토로 FA 이적한 카브레라와 만남을 앞두고선 “안녕이란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카브레라에 앞서 포지도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은퇴하면서 10년 전 타격왕을 둘러싼 두 선수 모두 한편의 역사로 남게 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