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호기롭게 두산 베어스의 프랜차이즈 최다승에 도전하겠다던 유희관(36). 그런 그가 2022시즌 스프링캠프 시작을 2주 앞두고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두산 베어스는 18일 오후 “유희관이 구단에 현역 은퇴 의사를 밝히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며 베테랑 좌완투수 유희관의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유희관은 두산을 대표하는 좌완투수였다. 장충고-중앙대를 나와 2009년 2차 6라운드 42순위 지명을 받은 그는 ‘느린 공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딛고 2013년 데뷔 첫 10승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이는 이강철, 정민철, 장원준 등 리그 최정상급 투수에게만 허락된 대기록이었다.
이에 힘입어 2020시즌을 마치고 1년 총액 10억원에 FA 계약을 맺은 유희관은 지난해 9월 19일 고척 키움전에서 우여곡절 끝 두산 좌완투수로는 최초로 100승 고지에 오르는 금자탑을 세웠다.
유희관은 100승 당시 인터뷰에서 “과분한 기록을 세웠지만 또 이루고 싶은 기록이 있다면 장호연 선배의 109승이다. 최대한 끝까지 열심히 해서 두산 베어스의 최다승을 목표로 달리겠다”고 현역 연장 의지를 전했다.
그러나 100승을 채운 2021시즌은 사실 부진의 연속이었다. 잦은 난타와 기복으로 1군과 2군을 오간 그는 10월 10일 창원 NC전을 끝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춘 뒤 포스트시즌 엔트리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15경기 4승 7패 평균자책점 7.71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 결과였다.
이 때부터 유희관의 은퇴 고민이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 눈에 띄게 좁아진 입지와 가을 무대에서 불펜으로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현실에 격세지감을 느꼈다. 그러면서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됐다.
두산 구단은 지난해 11월 유희관과 첫 면담을 진행하며 앞날을 함께 고민했다. 일단 선수를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시키며 진로를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부여했다.
두산 관계자는 “선수의 선택을 충분히 존중하려고 했다. 그래서 보류선수 명단에 이름을 넣은 것이고, 고민을 해본 뒤 최종 결정을 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흘러 2022시즌 연봉 협상을 마무리해야할 때가 왔다. 사실 유희관과의 협상은 액수가 아닌 진로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물론 연봉에 대한 기본적인 의견도 오갔지만 지난 한 달 반 동안 선수가 내린 결론을 듣는 데 포커스가 맞춰졌다. 유희관은 이 자리에서 결국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겠다며 은퇴를 공식화했다.
유희관은 구단을 통해 “작년 시즌 뒤 많은 고민을 했다. 후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제는 그들을 위해 물러나야 할 때라는 생각을 했다”며 “비록 마운드에선 내려왔지만 언제나 그라운드 밖에서 베어스를 응원하겠다. 야구를 통해 받은 사랑을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는 소감을 전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