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이미 현실이 됐다. ‘선점 효과’만 노린다면 이미 한 템포가 늦었다는 게 업계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선점 효과의 다음 단계에 찾아올 경쟁은 ‘차별화’다. 브랜드가 갖고 있는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개별 브랜드의 성격이 뚜렷이 반영된 제품으로 새로운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볼보자동차도 본격적으로 순수 전기차 경쟁에 뛰어든다. 2월 중순에만 두 모델의 전기차가 출시된다. 순수 전기차 ‘C40 리차지’와 'XC40 리차지’다. 리차지(Recharge)는 볼보 전기차 형제들에 붙이는 돌림자다.
두 모델은 이름에서 성격을 알 수 있다. 볼보자동차에서 ‘C’ 레이블은 순수 전기차로 새로 개발된 모델임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XC40 리차지’는 내연기관 XC40의 전기차 모델로 해석하면 된다.
두 모델 모두 볼보자동차의 콤팩트카 전용 ‘CMA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형제 또는 자매의 우애는 타고 났다. 하지만 외형은 확연히 다르다. XC40 리차지가 내연기관 XC40의 실루엣을 계승하고 있다면, C40 리차지는 아름다운 쿠페형을 띠고 있다. 볼보자동차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쿠페형 SUV가 C40 리차지다.
C40 리차지는 프론트와 리어 액슬에 각각 하나씩, 두 개의 전기모터를 달고 있다. 408마력(300kW)의 트윈 전기 모터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속도까지 가속하는데 4.7초면 되는 동력을 만들어낸다. 다양한 도로 성격과 날씨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상시 사륜구동(AWD)시스템도 들어갔다. 40분만에 약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78kWh배터리는 1회 충전 시 최대 약 420km(WLTP 기준)의 주행 가능거리를 제공한다.
디자인과 동력 성능만으로 ‘볼보만의 성격’을 논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볼보의 ‘안전 철학’을 언급해야 좀더 볼보다워진다. 1959년 3점식 안전벨트, 1978년 어린이 부스터 쿠션, 1991년 측면 충격 보호 시스템(SIPS) 등 20개 이상의 세계 최초 기술을 선보여 온 볼보다.
타협 없는 안전철학은 ‘리차지’에도 변함없이 기조로 자리잡았다. ‘파일럿 어시스트’ ‘충돌 회피 지원 기능’ ‘시티 세이프티’로 대표되는 최신의 안전 시스템이 모두 투입된다.
파일럿 어시스트 II(Pilot Assist II)는 기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에 방향 조종 기능을 추가한 최신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다. 최대 시속 140m/h까지 직선과 완만한 곡선에서 차선 이탈 없이 달릴 수 있게 돕는다.
전방에 다른 차가 있으면 정지상황부터 바로 작동이 가능하며 선도 차량이 없어도 15km/h부터 작동시킬 수 있다. 차선 안에서 일정하게 차량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 운전자의 피로도를 낮추고, 안전하고 여유 있는 운전을 지원한다. 최대 시속 200km/h까지 가속과 감속을 조절하며 운전자가 사전 설정한 앞 차량과의 시간 간격을 유지해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함께 장착된다.
파일럿 어시스트 II에서는 종전 버전 대비 스티어링 휠에 더 강한 토크를 가해 곡선도로에서의 조향 지원이 보다 원활해졌다. 종전의 차선유지 기능이 차선을 벗어날 때 차량을 차선 내로 복귀시키는 개념이었다면, 파일럿 어시스트 II는 양쪽 차선 사이 중앙에서 차량이 달릴 수 있도록 유지해준다. 차가 차선에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양 차선의 중심을 안정적으로 달린다는 얘기다.
충돌회피 지원 기능은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게 차선을 이탈해 다른 차나 장애물과 충돌 할 위험을 줄이는 기술이다.
이 안전 기술은 도로 이탈 완화 기능(Run-off Mitigation),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기능 (Oncoming Lane Mitigation), 조향 지원 적용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LIS with steer assist)으로 구성된다.
도로 이탈 완화 기능은 자동차가 차선이나 도로를 이탈할 위험이 감지될 때 조향 지원과 제동 작동을 가동시켜 차를 다시 도로 안쪽으로 밀어넣는다. 차선이 선명하게 표시된 도로를 65~140 km/h의 속도 범위로 달릴 때 이 기능이 작동한다.
ASDM(Active Safety Domain Master)에 있는 카메라가 도로의 측면과 도색된 차선을 스캔하고, 자동차가 도로의 측면을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을 감지하면 스티어링을 돌려 차가 도로를 벗어나지 않게 한다. 조향 지원만으로도 도로 이탈을 피하기 충분하지 않으면 브레이크가 작동된다. 운전자가 방향 지시등을 사용하면 시스템은 조향과 제동에 개입하지 않는다.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기능(Oncoming Lane Mitigation)은 운전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앙선을 넘었는데, 마침 반대 차선에서 달려 오는 차가 감지 됐을 경우에 스티어링을 원래 차선으로 돌려 주는 기능이다. 차선이 선명하게 표시된 도로에서 60~140 km/h의 속도 범위 내에서 작동한다.
조향 지원 적용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lind Spot Information with steer assist)은 주행 중 시야확보가 어려운 상태에서 운전자의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물을 알려주는 기능이다. 리어 범퍼 양쪽에 있는 레이더를 이용해 후방 및 측방에서 다가오는 차량을 모니터링 하고, 감지 차량을 사이드미러 내 경고등으로 알려준다.
후방은 최대 70m, 측방은 최대 30m까지 확인이 가능하며 경고등을 작동시킨 이후에도 운전자가 다른 차량의 진로로 들어설 경우 조향 지원 기능이 작동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기능 역시 차선이 선명하게 표시된 도로에서 60~140 km/h의 속도 범위로 달릴 때 작동된다.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는 볼보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긴급제동 시스템이다. 여기에 조향 지원(Steering Support) 기술을 추가해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됐다. 50-100km/h의 속도 범위에서 밤낮에 관계없이 자동차, 보행자, 사이클리스트, 그리고 앞에 있는 큰 동물을 인지할 수 있다.
위험 경고에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는다면 자동으로 제어를 걸어 충돌을 피하거나 그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도로 내 장애물을 피해 운전하는 것과 다가오는 자동차를 피할 수 있게 도와준다. 세계 최초의 안전 혁신기술인 ‘접근 차량 충돌 경감 제동 기능’도 탑재되는데 이는 전방에 자동차가 운전자를 향해 달려올 때에 생길 수 있는 불가피한 사고를 자동으로 제어한다.
이런 기능 외에도 많은 안전 장치가 들어가지만 볼보의 안전철학은 ‘파일럿 어시스트’ ‘충돌 회피 지원 기능’ ‘시티 세이프티’라는 대표적인 기능에 충분히 담겨 있다. 더 놀라운 건 이런 기능이 대부분 옵션이 아니라 기본 제공이라는 데 있다. 고가의 옵션이었다면 ‘안전 철학’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졌을 게다.
볼보의 새로운 모델에 거는 기대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이미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독일 3사가 삼분할 하다시피 한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감성으로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10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이라는 수치가 볼보의 ‘독자 영역’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윤모 대표가 이끄는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해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에서 1만 5,053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성장률이 17.6%다. 간신히 두자릿수를 넘긴 게 아니라 비현실적일 만큼 놀라운 수치로 이룩한 10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법인 설립 이후 최초로 수입차 판매 4위 등극이라는 업적을 작년에 세웠다. 볼보차코리아의 성장세는 올해도 무섭게 이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2개의 날개를 더 달기 때문이다.
하나는 작년 XC60부터 시작된 통합형 티맵 인포테인먼트의 탑재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수입차라 하더라도 정작 운전자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병행해 왔던 게 우리나라 수입차의 현실이다. 그런데 볼보자동차코리아가 티맵모빌리티와 함께 개발한 전기차 전용 TMAP 인포테인먼트에서는 이런 수고가 전혀 필요없다.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도 티맵 내비게이션의 효율성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처음부터 탑재하지 못하는 건 독자 시스템을 훼손할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 두려움을 볼보차코리아는 과감히 떨쳐냈다. 수입차 브랜드 최초의 일이다.
티맵 내비게이션 뿐만아니라 SK텔레콤의 누구(NUGU)나 플로(FLO) 서비스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우리말을 '누구'보다 잘 알아 들어 음성 명령만으로 정보 탐색, 음악 재생같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전화와 문자, 차의 주요 기능 설정, 스마트 홈 기기와의 연결까지 이용할 수 있다.
두 번째 날개는 위에서 언급한 순수전기차의 가세다.
볼보차코리아는 이미 2020년 하반기부터 업계 최초로 디젤은 물론 일반 내연기관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최소 마일드 하이브리드 이상의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국내에 들여왔다. 이 전략이 올해부터는 순수 전기차로 더 힘을 얻게 된다.
이쯤되면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는 글로벌 환경 비전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들의 실행력을 보면, 글로벌 환경 비전을 진짜 제 때에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긴다. ‘안전의 볼보’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