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특급 포수 버스터 포지는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전격 은퇴해 충격을 줬다. 샌프란시스코와 9년 1억6700만 달러 보장 계약이 끝난 가운데 2022시즌 연봉 2200만 달러(약 260억원) 팀 옵션 실행이 유력한 상황에서 스스로 유니폼을 벗었다.
포지는 지난해 113경기 타율 3할4리 120안타 18홈런 56타점 OPS .889를 기록했다. 전성기 못지않은 생산력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리그 최다 107승과 지구 우승을 이끌었다. 올스타에 뽑히고, 실버슬러거 상도 받았지만 34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은퇴했다.
포지는 “부상으로 매일 통증과 싸우느라 야구를 즐기기 어려웠다. 가족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4명의 자녀들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더 충실히 하고 싶다”고 은퇴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09년 빅리그 데뷔 후 12시즌 통산 1371경기 타율 3할2리 1500안타 158홈런 729타점을 기록한 포지는 신인왕, 타격왕, MVP, 월드시리즈 우승 3회 등 선수로서 해볼 것을 다 해봤다. 대형 계약까지 맺어 금전적으로도 크게 아쉬울 게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봉 260억원을 포기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많은 이들이 포지의 은퇴에 놀랐지만 샌프란시스코 프런트 특별 보좌로 일하고 있는 레전드 윌 클락(58)은 달랐다.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NBC스포츠 베이에이리어’에 따르면 클락은 지난 2020년 코로나 옵트 아웃으로 시즌을 포기할 때 포지의 조기 은퇴를 예감했다. 당시 포지는 입양한 쌍둥이의 건강 보호를 위해 시즌을 포기했다.
클락은 “포지가 어린 쌍둥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을 때 처음 그가 은퇴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후 포지가 미래 진로를 두고 고민할 때 종종 대화를 나누던 상대도 클락이었다. 포지처럼 비교적 빠르게 선수 은퇴를 결정했던 클락은 “네 느낌대로 하라”는 조언을 해줬다.
지난 198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데뷔한 좌투좌타 1루수 클락은 2000년까지 15시즌을 뛰며 통산 1976경기 타율 3할3리 2176안타 284홈런 1205타점을 기록한 강타자. 올스타 6회, 실버슬러거 2회의 스타 선수였다. 2000년 만 36세에도 130경기 타율 3할1푼9리 21홈런 70타점 OPS .964로 건재를 과시했다. 시즌 후 FA가 된 클락에게 원소속팀이었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비롯해 밀워키 브루어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이를 뿌리치고 은퇴했다.
클락은 “야구는 계속 할 수 있었지만 그때 당시 우선 순위가 바뀌었다. 자폐증을 앓았던 아들이 나를 필요로 했고,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선수를 그만뒀다.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했던 최고의 결정이었다. 아들은 지금 26살이고, 잘 지내고 있다”며 조기 은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는 오는 7월31일 시카고 컵스와의 오라클파크 홈경기에 앞서 클락의 현역 시절 등번호 22번에 대한 영구결번식을 갖는다. 이에 앞서 5월8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버스터 포지 데이를 개최해 그의 은퇴를 기념할 예정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