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시장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무려 2800만명이 시청한 최고 동시시청자 숫자와 나이대가 평균 25세라는 점을 감안하고, 16억 달러라는 산업 투자 규모를 염두하면 성장 가능성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6년 전인 지난 2015년 2억 달러에 불과 시장 규모는 2021년에는 16억 달러로 9배 이상 커지면서 e스포츠의 달라진 규모와 외형을 보여줬다.
시장 규모 성장에 발맞춰 선수 계약 역시 규모가 달라지고 있다. 아직 e스포츠 공인 에이전트는 없지만, e스포츠 에이전시들 역시 빠르게 변해가는 시장 상황에 맞춰 미래를 준비 중이다.
지난 해 10월 박재석 대표가 이끄는 쉐도우코퍼레이션 역시 특검출신의 베테랑 변호사 이언 변호사(변시 5회), 김지원 변호사(변시 5회)를 공동 법률고문으로 위촉해 더욱 개선된 에이전트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이언 변호사와 김지원 변호사는 특검 출신으로 각 공판실장, 부실장을 역임해 특별검사 표창을 수상한 베테랑들로 e스포츠 분야에대한 지식도 해박한 전문가들이다. e스포츠계에서 기본법인 e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참여한 바 있다.
e스포츠 업계와 인연을 맺게 된 이언 변호사를 서울 당산에서 만나 그의 과거와 현재, 앞으로는 꿈꾸는 미래관을 들어봤다.
자신을 e스포츠 팬 1세대, 수능 전날에도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러 PC방에 간 스타크래프트 세대라고 언급한 이언 변호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e스포츠의 순수성을 지키고, 발전해 가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우선 e스포츠계에서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특별한 계기가 있진 않고, 좋아하는 거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웃음) 제가 e스포츠 1세대,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스타크래프트 세대’예요. 수능 전날에도 몰래 PC방 가서 스타 하고 그랬죠. 대학 와서는 학점과 래더를 맞바꾸기도 했고. 그런데 저는 인게임도 열심히 했지만, 게임을 통해 사람 만나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멘사에서 활동하는데 멘사 내 스타크래프트 길드도 만들었고, 로스쿨 와서는 로스쿨 스타대회도 열어보고. 변호사 된 후에는 게임 좋아하시는 변호사님들을 모아서 변호사 e스포츠 대회를 열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E스포츠 기본법 개정 연구라든지, 게이머나 스트리머 사건을 많이 맡게 되고, 이쪽에서 활동하시는 변호사님이 드물다 보니 또 계속 저에게 일이 들어오고...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들이 말하는 전문가가 된 거죠.”
쉐도우코퍼레이션의 법률고문으로서 김지원 변호사와 함께 에이전시 및 소속 선수의 행정심판 및 소송, 관련 법령의 해석, 계약서를 비롯한 주요 서류의 검토 및 작성 등 쉐도우 코퍼레이션의 요청에 응하여 다양한 법률자문 및 송무를 수행할 예정인 이언 변호사는 이번 자문 계약을 자연스러운 운명이라고 설명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번 자문계약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된 케이스죠. E스포츠 업계가 참 좁은데, 저도 이쪽에서 오래 활동하다 보니 좋은 분들을 많이 알고 지내요. 그 중에서도 제가 정말 마음으로 아끼는 동생이 구 MVP팀 감독이었던 권재환 전 감독인데, 쉐도우 박재석 대표가 권 감독과 친해서 제 얘기를 듣고는 저희 술자리에 합석하고 싶다고 자주 말했거든요. 그런데 박 대표도 중국 오가면서 바쁘고, 저도 특검에 있어서 시간을 잘 못 내고 하다가 이번에 제가 사임하고 백수가 되면서(웃음) 드디어 만났죠. 만나서 일 얘기는 거의 안 하고 그냥 사는 얘기, 게임 얘기만 했는데 게임을 대하는 시각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좋았어요. 마침 e스포츠 사건들을 하면서 믿을 수 있는 에이전트 시스템 정착이 정말 중요하다는 공감대도 있었고요. 신뢰, 의리 이런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에이전트는 정말 그런 믿음 하나로 일하는 사람이니까. 믿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졌고요. 박 대표가 권 감독 통해서 법률자문을 제안하더라구요. 권 감독에게 물어보니 믿을 수 있는 형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바로 수락했죠. 자문료 알아보기도 전에(웃음).”
오랜 시간 팬으로 e스포츠를 지켜본 이언 변호사는 e스포츠에 대한 높은 이해도 뿐만 아니라 남다른 애정을 표현하면서 e스포츠의 새로운 시스템 구축에 일조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저는 e스포츠란 인게임이 아니라 게임스루라고 생각해요. 옛날 분들의 인식처럼 모니터 안에 틀어박히는 게 아니라, 게임을 통해 다른 세계에서 다른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것. 그리고 e스포츠는 그 공감대를 건설하는 사업이죠. 단지 그 무대가 현실이 아닌 꿈의 공간이라는 게 다른 거죠. 꿈 위에 지어진 만큼 정말 멋지지만, 그만큼 부서지기 쉬운 무대예요. 저를 포함해서 e스포츠를 업으로 하는 모든 분들은 누군가의 꿈을 다루기 때문에, 그걸 굉장히 소중하게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오염되거나 조작되지 않게, 의심조차 들지 않게. 그래야 비로소 꿈꿀 수 있거든요. 제가 e스포츠에 기대한다기보다, e스포츠가 제게 기대하는 직무가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뭐든지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e스포츠 특유의 순수성을 투명하게 보호하는 일. 누구나 e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고, 순수하게 e스포츠를 즐기는 것 외에는 어떤 걱정이나 의심도 할 필요 없는 그런 시스템을 건설해보겠다는 각오입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