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4번타자’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KBO리그와 국제대회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던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40)의 은퇴 투어 성사 여부와 관련해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2006년 트리플크라운, 2010년 타격 7관왕과 9경기 연속 홈런 기록을 쓰면서 MVP까지 수상했다. 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었고 이후 일본과 미국 무대에도 도전했고 한국 대표 타자로서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이런 이대호를 두고 최근 뜨거운 논쟁이 불거졌다. 은퇴투어 여부였다. 현재 공식적으로 은퇴 투어를 한 선수는 2017년, ‘국민타자’ 이승엽이 유일하다. 이후 2020년,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박용택의 은퇴 투어가 열릴 수 있었지만 여론이 반대했고 박용택 역시 이를 고사했다. 대신 상대 구단들은 꽃다발을 전달하는 형식으로 소박한 환송회를 개최했다. 이승엽과 같은 해 은퇴를 선언헌 이호준도 비슷한 방식이었다.
박용택 이후 2년 만에 은퇴투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대호의 은퇴를 앞두고 '은퇴 투어를 받을만한 자격이 있냐', '타구단 선수를 향한 예우를 굳이 표할 필요가 있냐'는 반대 여론도 일부 있다. 사실 이승엽의 은퇴 투어때도 비슷한 논쟁이 불거졌지만 당시에는 찬성하는 여론이 더 높았고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박용택의 은퇴 투어 논란 때 야구인들은 찬성했다. 현재 이대호 역시 마찬가지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이대호는 역대 최고의 타자이자 국제 대회에서도 혁혁한 성과를 냈다. 이대호가 은퇴투어를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 이대호 정도면 무조건 해야하고 충분히 가치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갑내기 친구이면서도 메이저리그라는 상위 레벨에서 16년 간 활약하고 돌아온 SSG 추신수도 이대호의 업적을 ‘리스펙’했다. 추신수는 "(이)대호 같은 선수가 은퇴할 때 박수 받지 못하면 과연 KBO리그에서 은퇴할 때 박수 받을 선수는 몇명이나 되겠나. 우승은 없지만 7관왕 타자다. 일본과 미국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과연 이대호 말고 누가 은퇴 투어를 할 수 있을까라고 되묻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취재진 앞에 선 이대호는 자신을 둘러싼 은퇴 투어 논란에 생각을 밝혔다. 그는 "어릴 때부터 봐왔고 고생했던 선배들이 은퇴하는 것은 우리 선수들 역시 아쉽다. 한 팀에 15~20년 동안 있었던 이유는 결국 팀에서도 필요했기에 오래 있었던 것이다"라면서 "팬들이 전국 곳곳에 퍼져 있지 않나. 그 팬분들 역시 마지막 경기는 꼭 보고 싶어하실 것이다. 은퇴 투어는 하면 좋다. 그렇지만 ‘해주니, 안 해주니’는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선수 의사와 별개로 은퇴 투어 논란이 불거지는 것이 썩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당사자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대호는 자신은 아니더라도 다른 선수들이 은퇴 투어는 받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대신 이대호는 '자신이 예우를 받는 것'보다는 '보답하고 베푸는 방향'으로 은퇴 시즌의 피날레를 장식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은퇴 투어 논란의 새로운 해법 제시였다.
그는 "은퇴식도 하고 싶지 않다고 구단에 얘기했다. 은퇴식 날짜가 잡히면 일주일 전부터 너무 많이 울 것 같다. 은퇴 투어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대신 우승을 하면서 멋지게 은퇴하고 싶다"라고 운을 뗐다.
그리고 "(원정)마지막 경기 때 행사보다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롯데 팬들 뿐만 아니라 다른 야구 팬분들도 사인을 받고 싶은 분들이 계실 것이다"라면서 "사직에서는 이벤트를 많이 하지만 다른 구장에서는 기회가 별로 없을 것 같다. 멀리 계시는 팬들도 있지 않나. 그래서 마지막에는 다른 구장에서도 사인을 해드리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