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인연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14년 전 세계 대회에서 우연히 사진을 찍었던 한국과 쿠바 선수가 시간이 흘러 KBO리그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으니 말이다.
두산 내야수 허경민(32)은 고교 3학년이었던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청소년야구대회에서 쿠바 국적의 한 동갑내기 유망주를 만났다. 당시 한국과 쿠바 대표팀이 한 버스로 숙소에서 야구장으로 이동했는데 그 과정에서 그 선수와 손을 맞대고 다정하게 사진을 남겼다.
두 선수가 찍은 사진은 지난 2013년 대표팀 동기생 김상수(삼성)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그리고 알고 보니 그 쿠바 유망주는 메이저리그 통산 861경기에 빛나는 슈퍼스타 야시엘 푸이그였다. 허경민은 당시 “옆에 앉은 친구 손이 엄청 두꺼워서 손을 맞댔는데 그 선수가 푸이그일 줄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18살이었던 두 소년은 세월이 흘러 32살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푸이그가 지난해 12월 키움과 총액 100만달러에 계약하며 올해 다시 손을 맞대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푸이그는 최근 키움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전남 고흥에서 “허경민을 아주 어릴 때 만난 것 같다”며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야구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볼 것 같다”고 설렘을 표현했다.
허경민 또한 푸이그와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허경민 입장에서는 과거 인연과 더불어 TV로만 볼 수 있었던 메이저리그 대스타를 직접 본다는 기대감이 더해졌다.
허경민은 “처음에 사진 찍은 건 이렇게 다시 만날 줄 모르고 찍은 것”이라고 웃으며 “키움과의 마지막 맞대결(16차전)에 푸이그를 직접 찾아가 방망이와 유니폼에 사인을 받은 뒤 집에 장식하고 싶다. 푸이그는 돈이 많아 유니폼도 많이 주문할 수 있을 것이다. 여의치 않으면 (이)정후에게 부탁할 생각이다”라고 계획을 전했다.
푸이그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시점이 왜 16차전일까. 허경민은 “시즌 중간에 달라고 하는 것보다 다 끝난 시점에서 받는 게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편하다”라고 설명했다.
푸이그가 자신에게 야구를 물어보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선 “립서비스”라고 선을 그으며 “푸이그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뛰고 온 선수다. 내가 감히 말해줄 수준이 아니다. 대신 커리어에서 성인이 된 뒤 같은 리그에서 뛰는 게 의미가 있다. 올해 좋은 추억을 쌓는 한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backligh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