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 중독에 우울증으로 추락하던 밀워키 브루어스 유망주가 포지션 변경과 함께 메이저리그 데뷔를 꿈꾸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밀워키 캠프에서 시즌을 준비 중인 투수 루카스 에르체그(27)의 남다른 사연을 전했다.
지난 2016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46순위로 밀워키에 지명받은 우투좌타 내야수 에르체그는 지난해까지 마이너리그 5시즌 통산 465경기 타율 2할5푼6리 436안타 55홈런 249타점 OPS .734를 기록했다. 지명 순위에 비해 성장이 기대에 못 미쳤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사이가 가깝지 않았고, 어머니가 알콜 중독자로 성장 환경이 불우했던 에르체그는 성인이 된 뒤에도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지명 후 계약금 115만 달러를 받아 금전적인 여유가 생기자 맥주를 마시는 날이 늘었다.
“22살 때였다. 맥주 5~6잔을 마시고 다음날 3타수 2안타를 쳤다. 음주가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에르체그의 기억. 그렇게 매일 맥주를 마신 그는 ‘4잔에 안타 1개를 쳤으니 8잔에는 안타 2개를 칠 수 있겠다’는 착각에 빠지면서 알콜에 중독했다.
2020년 봄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이너리그가 취소되면서 술독에 빠져 살았다. 독립리그에서 28경기를 뛰긴 했지만 타율 1할8푼에 그쳤다. 시즌 취소로 급여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불확실한 상황에 스트레스가 쌓였고, 그럴수록 알콜에 의존하며 우울증이 깊어졌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수 없었다. 2020년 6월10일 금주를 시작했고, 이날을 기념해 글러브에 ‘6/10/20’이라는 숫자도 새겼다. “술을 끊은 첫 날 모든 것이 밝아 보였다”는 에르체그는 지난해 7월 여자친구와 약혼했고, 우울증 선수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도 참여했다. 그는 “지금도 매일 아침 5시나 5시30분에 일어나면 가끔 어두운 생각이 든다. 내가 대체 무엇을 위해 하는건지 묻기도 한다. 그럴수록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침대에 누울 때까진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주로 다시 태어난 에르체그는 지난해 마이너리그 시즌이 재개되면서 투수 도전에 나섰다. 투타를 겸하다 7월부터 투수에 전념했다. 지난해 더블A에서 22경기(13선발) 2승6패 평균자책점 5.29를 기록했다. 47⅔이닝 45탈삼진. 최고 구속이 99마일(약 159km)까지 나올 정도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3루수로서 강한 어깨가 이제 마운드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에르체그는 “항상 투수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현실적이지 않았지만 지금 이렇게 기회를 얻었다. 두 번의 기회를 받는 건 흔하지 않다. 분명히 좋은 기회이고, 모든 순간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21일 더블A에서 첫 승을 거뒀을 때 무알콜 맥주로 축배를 든 에르체그가 올해 메이저리그 데뷔의 꿈까지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