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스물하나’ 김태리가 쓰는 ‘어디에도 없을 나희도’ 성장기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2.02.28 08: 21

[OSEN=김재동 객원기자]  “너 같은 애 어디에도 없을 거야.”
tvN 토일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의 백이진(남주혁 분)이 나희도(김태리 분)에게 한 말이다.
나희도가 어떤 아이길래? 백이진의 말에 따르면 끊임없이 기대하게 만들고 그녀를 보고 있으면 스스로도 잘해내고 싶다는 욕심을 불러 일으키는 아이다. 나희도가 노력하면 백이진도 노력하고 싶고 나희도가 해내면 백이진도 잘해내고 싶게 만드는, 남을 잘하게 만드는 아이다. 그래서 “넌 좀 뻔해. 잘할게 보여”란 믿음을 끌어낸다.

그런 백이진에게 “니 응원 내가 다 가질게. 그리고 우리 같이 훌륭해지자”한 나희도는 국가대표가 됐고 각종 대회에서 은메달도 따고 동메달도 따며 승승장구한다. 평생의 꿈 자신만의 스타 고유림(보나 분)의 라이벌이 될 날도 머지 않았다.
빚쟁이 등쌀에 서울을 떠나 포항 외삼촌집으로 도망간 이진은 어판장 일을 하며 꿈을 잃어가고 있었다. “면접은 계속 떨어지고 실패가 반복되니까 도망치고 싶었어요. 제가 정말 별로예요”라고 외삼촌에게 속내를 털어놓기도 한다.
그런 이진에게 희도의 승전보가 TV를 통해 전해지고 혹시 몰라 확인해본 자신의 삐삐 음성메시지에는 희도의 응원이 남아있었다.
“백이진. 나야, 희도. 니가 사라져서 슬프지만 원망하진 않아. 니가 이유없이 날 응원했듯 이제 내가 너를 응원할 차례가 된거야. 니가 어디 있든 니가 있는 곳에 내 응원이 닿게 할게. 내가 가서 닿을게. 그때 보자.”
희도의 응원은 이진을 다시 일으키고 상경해 언론고시를 준비한 이진은 방송국 UBS 사상 첫 고졸 신입기자가 된다.
광화문 노동조합 파업현장을 취재하던 이진은 우연히 희도를 발견하고 뒤쫓는다. 그 와중에 언제건 희도를 만나면 전해주려던 풀하우스 15권을 떨어뜨린채 인파에 휩쓸린다. 그리고 격렬한 투쟁 구호 속을 뚫고 들린 목소리 하나. “백이진?” 뒤돌아보니 풀하우스 15권을 주워 든 나희도가 있다.
두 사람의 재회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나희도로 인해 엉뚱한 전개를 맞는다. 밥먹으러 가자는 희도의 제안에 따라 나선 이진은 희도의 3일된 남자친구 ‘알콩이’를 만나고 그 알콩이는 희도를 ‘달콩이’라 부르며 닭살 부르스를 춘다. 당황스럽고 서운한 이진조차 웃지 않고는 못배길 희도의 첫 연애 현장였다.
그런 나희도는 경주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마침내 고유림과 마주한다. 하지만 배낭이 바뀌면서 부적과 같은 칼-백이진이 가드를 파랗게 칠해주었던-을 잃고 바뀐 배낭의 주인을 찾아 나선다.
기차 연착으로 경기시간 초읽기에 몰린 희도를 구해준 것은 이번에도 이진. 이진의 스포츠카를 타고 경기장으로 향하며 희도는 “오늘 경기에서 누구 응원할거야?”라 묻고 이진은 “고유림”이라 답한다.
시무룩한 희도에게 “너한텐 알콩이가 있잖아?”란 소심한 복수를 해주는데 2주만에 헤어졌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 이유 역시 나희도 답다. “사실 이별을 해보고 싶었어. 이 노래 저 노래 전부 이별 얘기라. 근데 별 거 없던데?”
제대로 사랑해야 이별도 슬픈 거라는 이진의 답변에 희도는 문득 그날 밤을 떠올린다. 사라진 이진을 찾아 헤매다 대문에 걸려있던 이진의 선물 펜싱 칼을 발견했던 밤을. 그날 희도는 이별의 슬픔을 제대로 느꼈었나 보다.
열 여덟 때 아무 생각 없던 나희도가 열 아홉이 돼면서 슬슬 제 감정의 정체를 알아가게 된 모양이다.
캐릭터들이 제각각 생생히 살아있는 드라마는 언제든 유쾌하다. 나희도는 기억 못하는 유년기 1패의 트라우마로 희도에게 냉랭한 고유림은 “너 코고니? 나 잠 귀 예민하니까 알아서 조심해줘” 경고해 놓곤 제가 코골고 물건 떨어지는 소리도 못들을 만큼 잠에 취약한 허당끼가 있다.
채팅방에서 저인줄도 모르고 “그 애가 잘못했네” 희도를 위로해줄만큼 친절한 닉네임 인절미이기도 하다. 저 좋다던 문지웅(최현욱 분)이 짐짓 외면했을 때 우물쭈물 “문지웅, 너 나 봤는데..” 중얼댈만큼 소심하기도 하다. 집이 가난해서 펜싱 포기할 뻔했지만 백이진네 도움으로 계속할 수 있었다는 고백도 스스럼 없이 할만큼 솔직도 하다.
그래서 “그러게 내 빠순이나 계속하지 여기까지 와서 지랄야!” 극성스럽게 위악을 떨만큼 나희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유림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고유림의 아픈 과거를 끄집어냈다는 죄악감에 중학교 1학년때 여자애랑 싸워서 된통 맞았다는 둥, 작년에 삥 뜯겼는데 걔네 중학생였더라는 둥 제 치부를 스스럼 없이 드러내는 문지웅도 귀엽다.
“밖엔 비가 오는데 내 마음은 사막같소”라는 이진 父나 “그 사막에서 타죽더라도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라는 이진 母의 닭살 애정 멘트도 코믹하다.
그 외 공중전화와 삐삐 음성메시지의 추억, 현장 기자들의 공중전화 쟁탈전 등은 시대적 현실성을 적극 반영하며 아날로그 감성을 북돋운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나희도가 앞장 선 이 드라마가 세간의 호평을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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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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