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세상人] 제 2막 연 ‘폰’ 허원석의 파란만장 e스포츠 인생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22.03.02 14: 27

전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e스포츠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을 꼽는다면 단연 ‘페이커’ 이상혁이다. 심지어 LOL을 모르는 사람들도 ‘페이커’나 ‘이상혁’이라는 이름은 안다. 그의 인기는 LOL의 마이클 조던이나 메시로 불리면서 글로벌 지역에서도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페이커’ 이상혁과 함께 LOL e스포츠사의 한 획을 그은 다른 선수를 언급한다면 이 사람의 이름을 빼 놓을 수 없다. 미드 라이너로는 단 두 명 밖에 없는,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과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을 우승한 유이한 선수이고, ‘자국 리그, 타국 리그-MSI-롤드컵’까지 소위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차지한 유일한 선수가 바로 리브 샌박의 ‘폰’ 허원석 코치다.
e스포츠 선수로 누릴 수 있는 화려한 성공도 했지만, 그만큼 좌절과 방황이 심했던 선수도 찾기 힘들었다. LOL 황제로 불린 ‘페이커’ 이상혁과 커리어로 비교될 수 있는 유일한 선수 임에도 너무나 짧았던 전성기는 그의 e스포츠 인생을 파란만장하게 만들었다.

정상급의 기량에도 불구하고 매년 재발되는 허리부상과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해 아쉽게 지난 2019년 킹존에서 은퇴했던 허원석은 야인 생활동안 분석데스크를 하면서 직설적인 시원시원한 발언으로 ‘폰카콜라’라는 새로운 애칭을 듣던 그는 또 한 번 휴식을 선택해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2022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출발을 선택했다. 오랜만에 자신의 개인 SNS에 선수 시절 포지션이었던 미드를 전담하는 코치로 구직글을 올렸다. 그가 글을 올리자 커뮤니티는 물론 LPL팀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물밑으로 러브콜을 보내면서 허원석 영입에 나섰다.
장고 끝에 결정한 그의 새로운 둥지는 리브 샌드박스. OSEN은 2월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몇 차례에 걸쳐 허원석 코치를 만나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기로 결심한 배경을 들어봤다.
“은퇴를 하게 된 이유는 허리 통증 보다 심리적 스트레스가 이유였어요. 은퇴를 하고 나서도 심리적 스트레스는 계속 됐었죠. 그러나보니 2년 정도 시간을 흘렀는데, 생활 패턴은 더 안 좋아졌죠. 사람들과 만나면서 다시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서 돌아오게 됐습니다.”
미드 전담 코치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허원석은 “전체적인 밴픽을 하기에는 경험도 없고, 부담도 됐어요. 부담스럽게 밴픽 코치로 전체적인 부분을 책임지기 보다는 제 분야를 더 자세하게 전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은퇴는 했지만 제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는 제자를 키우고 싶기도 했고요. 다행스러운 건 은퇴 이후에도 있었던 심리적 스트레스가 마음을 내려 놓아서인지 자연스럽게 좋아지더군요”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왜 리브 샌박을 선택했을까. 허원석이 구직 글을 올리고 LCK 상위권 팀들고 LPL 상위권 팀들 다수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강팀을 선택하기 보다 자신이 강팀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이 그를 리브 샌박에 합류하게 만들었다.
“정말 많은 팀에서 고맙게도 제안을 해주셨어요. LCK와 LPL 상위권 팀들이죠. 강팀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제가 없어도 강할 것 같은 팀은 가고 싶지 않았어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드 라이너를 가진 팀들을 눈 여겨 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눈에 들어온 선수가 ‘클로저’ (이)주현이에요. 패하더라도 배움이 있다면 좋다고 생각해요.”
팀 생활을 묻자 그는 “감독님과 코치님이 잘 알려주세요. 첫 한 달은 힘들었어요. 배우고 습득하고, 팀원들을 관리해야 하고, 어울리기도 해야 하니까요. 가끔 눈치없는 말도 하고요(웃음). 그럴 때마다 귀엽게 봐주시기는 합니다. 피드백은 정확한 내용이 아니면 바로 피드백하지는 않아요. 확실한 것만 알려주려고 해요”라며 자신의 피드백 방법까지 곁들여 말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허원석은 지난 세월 자신을 지켜봐준 팬 들과 동료들, 사과의 말을 남겼다, 성장하고 있는 후배들을 염려하는 마음을 글로 전달했다.
“팬 여러분들, 그리고 제 주변에서 항상 저를 지켜봐주신 많은 분들께 꼭 하고싶은 말이 있어요. 제가 프로선수 시절, 또 은퇴하고 나서도 철 없는 행동을 많이 했거든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너무 경솔했던 행동이라는 게 다 느껴지는데, 그때는 왜 그걸 못 느꼈던 건지 모르겠어요. 제 행동에 상처받으신, 그리고 실망하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어린 사과드리고 싶어요. 죄송합니다.  또, 프로게이머는 성적 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인 건강 관리도 눈에 보이는 성적과 실력만큼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지만 저는 제 몸 상태를 완전히 파악 못 하고, 막연히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계약을 했었죠. 그것때문에 계약 도중 이탈하기도 했었고요. 18년도 KT, 19년도 킹존, 저로 인해 피해받으셨던 프로게임단, 관계자, 선수들과 저를 믿어주셨으나 실망하셨을 팬분들께 모두 사과드립니다. 이번에 코치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는데, 아직까지는 미숙하고, 주현이와 제가 서로 적응하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보다 책임감있는 모습으로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브 샌드박스 화이팅!”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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