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안창호 선생의 막내 아들이자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활동한 안필영(미국이름 랄프 안)이 별세한 가운데, 할리우드에서 애도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LA 한인연합회는 안필영이 최근 공개되지 않은 오랜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해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향년 95세.
1926년 미국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의 3남 2녀 중 막내 아들로 태어난 안필영은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자 미 해군에 입대했고 전쟁 후에는 할리우드에서 영화배우로 활동했다. 또한 독립운동가 후손 모임 '파이오니어 소사이어티'를 주관하는 등 미주 한인사회에 큰 업적을 남겼다.
그의 유작은 미국드라마 '뉴걸'. 극 중 다정한 이웃 트란을 연기했다. 말이 거의 없는 캐릭터였지만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그와 함께 출연한 배우 주이 디샤넬, 제이크 존슨, 라몬 모리스, 해나 시몬이 SNS를 통해 조의를 표했다.
존슨은 방송 당시의 안필영의 사진을 공유하며 '립(RIP)'이라고 애도했다. 그는 "같이 일할 때 너무 재밌었다. 그는 말 그대로 대사 없이 많은 것을 줬다. 난 항상 어떻게든 그와 다시 일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의 가족/친구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라고 전했다.
디샤넬은 그의 게시물에 울먹이는 얼굴 이모티콘과 'Noooooo'란 댓글을 달았다.
모리스도 안필영의 '뉴 걸' 에피소드 스냅 사진을 공유하며 '젠장'이라고 속상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애도를 표한 후 "그는 뉴 걸에서 트랜 역을 맡았다. 항상 에피소드에서 가장 웃긴 장면들. 이 남자는 많은 삶을 살았고, 친구들과 가족들을 생각과 기도로 간직했다"라고 적었다.
시몬 역시 '할리우드 리포터'의 부고 기사를 공유하며 "최고가 돼주셔서 감사하다. 당신은 우리의 삶에 많은 기쁨을 가져다줬고 당신을 따르는 AAPI(Asian Americans and Pacific Islanders)의 길을 닦는데 도움을 줬다. 사랑합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고인은 1935년에 데뷔,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 중 한 명으로 1950년대와 1960년대 여러 영화에 출연했다. 1980년대 후반에 다시 연기자로 복귀하기 전까지 10년 동안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마지막 작품인 '뉴 걸' 전에는 'ER', '쉴드', '길모어 걸스' 등에 출연했다.
그는 2016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미국 L.A. 특집에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방송에서 안필영은 “잊지 않고 찾아준 멤버들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생전 아버지 얼굴을 평생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아버지는 상하이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가야했기 때문.
안필영 은 시청자들에게 "먼 타지에 있는 작은 한인회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 그렇게 싸운 이유는 조국을 사랑했고 동포를 사랑했기 때문이다"라고 전해 먹먹함을 안겼다.
지난 2019년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 국외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후손 97명과 한국에 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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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imdb, MBC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