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해 경험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된 것일까. 1차 지명 기대주답게 흡수력마저 남들과 다른 것일까. 두산 2년차 내야수 안재석(20)이 시범경기서 타율 5할 맹타를 휘두르며 베어스 내야 경쟁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안재석은 2022 KBO 시범경기서 두산 타자들 중 가장 좋은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21일 광주 KIA전까지 전 경기(6경기)에 출전한 가운데 타율 5할(12타수 6안타) 3타점 맹타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팀 내 타율, 타점, 2루타(3개), 3루타(2개), 볼넷(2개) 등 5개 지표에서 모두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작년 KBO리그에 데뷔한 2년차 유망주가 맞나 싶을 정도의 활약이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안재석은 “준비한대로 잘하고 있다. 스프링캠프서 타격 매커니즘을 공부하면서 연습했고, 타이밍 잡는 걸 중요시 했는데 타이밍이 잘 잡힌다”며 “작년에는 공이 보이면 갖다 맞히려 했지만 지금은 힘 있는 타구를 생산하려고 한다. 결과와 관계없이 나만의 스윙 매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서울고 출신의 안재석은 두산이 김재호(2004년) 이후 17년만에 1차 지명으로 뽑은 내야수다. 입단 당시 ‘제2의 김재호’로 불리며 많은 스포트라이트틀 받았고, 신인 중 유일하게 1군 스프링캠프로 향해 ‘롤모델’인 김재호에게 직접 수비 지도를 받았다. 안재석은 첫해 96경기 타율 2할5푼5리 2홈런 14타점을 비롯해 포스트시즌에서도 2안타를 치며 구단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확실히 첫해 쌓은 귀중한 경험이 이번 시범경기에 도움이 되고 있다. 안재석은 “경기 경험이 쌓여 한층 여유를 찾았다. 투수의 공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투수와 어떻게 싸워야하는지 배웠다”며 “올해 시범경기를 하면서 작년 경험을 통해 얻은 부분이 많이 와 닿는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수비에서는 신인답게 조금 미흡한 부분이 발견됐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실책이 늘어나면서 8월 중순부터 주 포지션인 유격수가 아닌 3루수, 2루수 출전이 잦아졌다. 신인이 자꾸 실책으로 압박감을 느끼자 사령탑이 부담이 적은 포지션으로 위치를 옮겼다.
안재석은 “작년에는 심리적인 부분이 컸다. 주변에서 부담을 주지도 않았고,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져도 괜찮았는데 지금 와서 작년 영상을 보니까 굳은 몸과 불안한 심리가 보였다”고 되돌아봤다.
올해는 수비도 공격과 더불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안재석은 “작년 후반기에 송구 문제가 발생해서 올해는 송구를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이제는 몸이 굳지 않고, 시야가 넓어졌으며, 송구할 때 여유가 생겼다”며 “올해는 유격수도 문제없다.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에 작년보다 훨씬 좋아질 것 같다”고 바라봤다.
아울러 “(박)계범, (강)승호, (권)민석이 형에게 수비를 많이 물어본다. 특히 계범, 승호 형이 수비는 하면 할수록 향상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조언을 해줬다”고 선배들의 조언이 수비 발전에 한 몫을 했다고 밝혔다.
두산 내야는 올해도 허경민, 양석환, 강승호, 박계범, 강진성, 오재원, 김재호 등 쟁쟁한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그러나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오재원, 김재호는 풀타임 소화가 어렵고, 양석환은 옆구리 부상으로 시즌 초반 합류가 불투명하다. 다시 말해 안재석에게 충분히 기회가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안재석은 이번 시범경기서 1루 수비도 병행하고 있다.
선수의 자신감도 넘친다. 아무리 시범경기라 해도 6경기 타율 5할은 쉽게 나올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안재석은 “10점 만점에 8~9점 정도 시즌 준비를 마친 것 같다. 계속 경기를 하면 확신이 생길 것 같다”며 “올해는 1군에서 주전이든 백업이든 다치지 않고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