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3B→2B' 여긴 MLB 아닌데…허울 좋은 멀티 포지션, 한화 유망주 망칠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4.15 03: 39

한화 타자 유망주 김태연(25)은 주 포지션이 3루수다. 그런데 올해부터 외야수로 포지션 분류가 바뀌었다. 스프링캠프 때 외야 수비 훈련에 집중했다. 3루에 4번타자 노시환이 주전으로 자리해있고, 외야가 척박한 팀 사정상 김태연이 포지션을 옮기는 것은 해볼 만한 시도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김태연은 우익수, 좌익수 코너 외야 외에도 3루수, 2루수를 넘나들었다. 당초 한화 구단의 구상은 외야 고정이었지만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생각은 달랐다. 마이크 터크먼과 함께 김태연을 주전 외야수로 공언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내야에 기용될 수 있다. 김태연처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운영을 수월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외야 고정보다 내외야를 오가는 멀티맨으로 활용할 계획을 내비쳤고, 시즌 개막 후 그렇게 하고 있다. 개막 11경기 모두 선발출장한 김태연은 지명타자 2경기를 제외하고 3루수 4경기(35이닝), 우익수로 3경기(19이닝), 2루수로 2경기(16이닝)를 나섰다. 수비 이동을 통해 좌익수도 1이닝 맡으면서 4개의 포지션을 넘나들고 있다. 최근 6경기에선 우익수-지명타자-3루수-2루수로 계속 포지션 이동 중이다. 

한화 이글스 김태연과 하주석이 4회말 2사 김헌곤의 타구가 스핀이 걸려 갑자기 방향이 바뀌자 진루를 허용하며 놀라고 있다. 2022.04.14 / foto0307@osen.co.kr

운동 능력이 좋고, 수비 재능이 뛰어난 김태연이지만 어느 한 곳에 고정되지 않고 옮겨다니는 게 쉽지 않다. 결국 지난 13일 대구 삼성전에선 주 포지션 3루 자리에서 실책 3개를 범했다. 7회에만 포구와 송구 실책을 연이어 했고, 8회에도 송구 실책을 1개 더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김태연은 완전히 ‘멘탈 붕괴’된 모습이었다. 
수베로 감독은 14일 삼성전을 앞두고 “나도 내야수 출신이라서 실책을 했을 때 기분을 잘 안다. 2~3개 연속 실책을 했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안 좋은 것은 빨리빨리 잊어야 한다”며 김태연의 자리를 3루에서 2루로 옮겼다. 주전 2루수 정은원에게 하루 휴식을 주며 김태연에게 선발 기회를 다시 줬다. 그러나 2루에서도 김태연은 불안했다. 7회 평범한 오재일의 땅볼 타구를 잡지 못하고 떨어뜨리는 실책을 했다. 2경기에서 무려 4개의 실책을 쏟아내며 수비가 무너졌다. 
삼성 라이온즈 김재혁이 3회말 1사 1루 김상수 타석때 2루 도루를 시도해 한화 2루수 김태연이 공을 놓친 사이 세이프되고 있다. 2022.04.14 / foto0307@osen.co.kr
장점인 타격도 지난해 같지 않다. 11경기 38타수 5안타 타율 1할3푼2리 1홈런 3타점 1볼넷 7삼진 OPS .386에 그치고 있다. 아직 스몰 샘플이기는 하지만 너무 바닥이다. 수비 위치를 너무 옮겨다니면서 타격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 해설위원은 “수비를 저렇게 계속 옮겨다니면 타격에 영향이 안 갈 수 없다. 더군다나 김태연은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인데 이렇게 계속 기용해도 괜찮을지 걱정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런 의견에 대해 수베로 감독은 “미국의 유틸리티 선수들이 수비 때문에 타격에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보지 못했다. 타격 성적이 좋지 않으면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수비가 주된 요인을 아닐 것이다”며 김태연의 타격 부진을 사이클 문제로 봤다. 
수베로 감독 말대로 메이저리그에는 슈퍼 유틸리티로 명성을 떨친 벤 조브리스트(은퇴)를 비롯해 크리스 테일러(LA 다저스), 키케 에르난데스(보스턴), 마윈 곤살레스(뉴욕 양키스), 제프 맥닐(뉴욕 메츠) 등 내외야를 넘나드는 만능 멀티맨들이 많다. 하지만 김태연은 아직 1군 풀타임을 뛰어본 경험이 없고, 지난해 시즌 중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처음으로 외야 수비에 도전했다. 메이저리그 멀티맨들과 비교할 만큼 구력이 쌓이지 않았다. 한 포지션에 집중해도 성공하기 어려운데 멀티 포지션으로는 더 어렵다. 
한화 이글스 김태연 0695 2022.04.13
궁긍적으로 전력이 너무 약한 한화 팀 사정 탓이다. 수베로 감독이 멀티 포지션을 선호하긴 하지만, 없는 전력을 갖고 쥐어 짜내야 하는 냉혹한 현실에서 김태연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은 마음은 어느 감독이라도 같을 것이다. 김태연이 이 고비를 잘 넘겨 한 단계 성장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선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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