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 '갑(甲)질' 입니다". 보스들의 '갑질'을 고발하겠다던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가 '갑질'을 조장하는 듯한 내용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19일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약칭 당나귀 귀)'가 몸살을 앓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적당히 하길", "거부감 들기 시작한 방송", "불편한 마음", "자영업자 울리는 사람 보스 자리에 올리지 마"라는 등 거센 항의 반응이 도배되고 있는 것. 모두 최근 방송에서 출연자 가운데 김병현과 정호영을 질타하는 내용이다.
지난 17일 방송된 '당나귀 귀' 152회에서는 메이저리거 출신 야구선수에서 버거집 사장으로 변신한 '버거 킴' 김병현과 제주도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일식 셰프 정호영의 일상이 그려졌다. 이 가운데 김병현과 정호영 모두 무리한 언행으로 '갑질', '진상'이라는 비판을 샀다.
먼저 정호영은 미식 칼럼니스트 박찬일 셰프가 제주도에 내려오자 자신의 식당을 칼럼으로 써달라며 식사를 대접했다. 그러나 박찬일 셰프는 이미 칼럼 구성을 마친 상태로 제주도에 내려왔던 바. 이를 방해하는 듯한 정호영의 행동이 시청자 일각의 반감을 샀다.
그런가 하면 김병현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버거집을 본격적으로 열며 실수투성이인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실수를 두고 "고객들 잘못"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너스레를 떠는 듯 했다. 이미 고향인 광주에서 버거집 운영을 경험했고, 청담점 역시 2개월 동안 가오픈 기간을 가졌던 점을 감안하며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당나귀 귀'는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대한민국 보스들의 자발적 자아성찰"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이란 점에서 정호영, 김병현 등의 행동이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정호영과 김병현의 모습이 보스들의 자아성찰은 커녕 자영업자를 향한 편견을 조장하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
자신의 이름을 걸고 버거집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에 서툰 김병현의 모습은 그저 메이저리거 출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식당을 운영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생계를 걸고 생업전선에서 남다른 각오를 갖고 있는 성실한 자영업자들을 기만하는 행태다. 더불어 정호영은 식당 운영과 요리엔 진심일 수 있으나, 그를 알리기 위한 행동이 타인을 방해하는 것으로 비쳐 반발을 샀다.
사실 야구는 메이저리거 출신이지만 버거집 앞에서는 어수룩한 초보 사장 김병현이나 요리 실력은 뛰어나지만 식당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정호영의 모습은 '당나귀 귀'에서 수시로 등장한 풍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방송이 유독 큰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반복되는 부족한 모습들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다.
현재 '당나귀 귀'는 전현무, 김숙과 같은 고정 MC가 스페셜 게스트들과 함께 보스들의 일상을 VCR로 관찰하며 '갑질'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갑(甲)' 버튼을 눌러 경종을 울리는 방식으로 구성되고 있다. 그러나 반성이나 발전 없이 '갑질'만 나오는 구성이 반복되며 재미나 감동은 휘발되고 '선을 넘었다'는 인식과 쓴소리의 잔상만 남기고 있다.
결국 시청자들이 나서 대나무 숲에 임금님 귀의 비밀을 외쳤던 우화 속 사람들처럼 시청자 게시판에 프로그램의 문제에 항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호영, 김병현의 하차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 진정한 '당나귀 귀'는 무엇일까. 제작진 앞에 형형하게 울리는 '갑' 버튼을 봐야할 때다.
/ monamie@osen.co.kr
[사진]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