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유격수 타율 1위에도 도쿄올림픽행이 불발됐던 심우준(27·KT 위즈)이 올해는 국가대표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2015년 데뷔 때부터 타율 3할과는 거리가 멀었던 심우준은 작년 스프링캠프에서 도쿄올림픽 국가대표라는 목표를 잡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땀방울을 흘렸다. 그리고 이는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 발표 시점인 6월 중순 타율 3할1푼7리의 맹타로 이어졌다. 당시 유격수 선발 출전 기준 타율 1위에 당당히 오르며 생애 첫 국가대표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최종엔트리 24인 명단에 심우준의 이름은 없었다. LG 오지환과 키움 김혜성에 밀리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성적으로만 보면 심우준 선발이 옳았지만 당시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은 수비력, 경력, 멀티 포지션 소화 여부 등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심우준보다 오지환, 김혜성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칼을 간 심우준은 1년이 지나 다시 작년 초여름의 타격감을 재현하고 있다. 올 시즌 14경기를 치른 현재 타율 3할(40타수 12안타) 5타점 2도루의 활약 속 SSG 박성한(3할2푼2리)에 이어 유격수 타율 2위(선발 출전 기준)에 이름을 올렸다.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성적이다.
사령탑은 활약 비결로 작년보다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21일 잠실에서 만난 KT 이강철 감독은 “올해 너무 잘해주고 있다. 심우준이 출루해서 득점하는 게 크다. 특히 9번 타순에서 나가주니까 운영이 편하다”며 “수비도 다른 유격수들보다 안정돼 있다. 어려운 타구 처리도 잘한다. 우리 팀 선수라 치켜세우려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재작년, 작년보다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구체적으로 “예전에는 그냥 쳐서 나가려고만 했다면 올해는 보다 다양한 루트로 출루를 노린다. 경기 흐름을 보면서 카운트 싸움을 할 줄 안다”며 “박해민(LG), 조수행, 정수빈(이상 두산)처럼 상대가 많이 힘들어할 것 같다. 야구를 알면서 하는 걸 보고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꼈다. 우리도 시즌 초반 (심)우준이의 득점 덕분에 어려운 시기를 버틸 수 있었다”고 바라봤다.
다만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리그서 가장 빼어난 유격수가 된다고 해서 갈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KBO(한국야구위원회)과 KBSA(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세대교체 차원에서 최종 엔트리 24인을 아마추어를 포함한 만 24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3년차 이하 선수 및 연령과 입단 연차 제한이 없는 와일드카드 3명으로 꾸리기로 결정했기 때문. 따라서 1995년생인 심우준은 작년 도쿄올림픽과 달리 와일드카드로 태극마크를 노려야 한다.
지난 9일 발표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전문 유격수 자원은 심우준을 비롯해 권동진(KT), 안재석(두산), 김지찬(삼성), 오지환(LG), 박성한(SSG), 하주석(한화) 정도다. 이들 중 와일드카드는 심우준, 오지환, 하주석 등 3명으로, 결코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기존 어린 선수들 가운데서도 전도유망한 유격수 자원이 많아 류중일 대표팀 감독이 와일드카드를 유격수로 쓰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근 “내 기준이 높아서 그런지 몰라도 유격수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며 유격수 선발과 관련한 어려움을 털어놓은 류중일 감독. 과연 심우준이 공격, 수비, 주루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류심(心)’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직 병역 의무가 남아 있는 심우준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국위 선양을 할 경우 향후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