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어 6-0 번트, 변화구 77%…오타니 '매운 맛' 버전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04.23 17: 29

[OSEN=백종인 객원기자] 5회가 끝났다. 스코어 6-0, 원정 팀은 안정권이다. 이어진 6회 초. 1사 후에 주자도 없다. 그런데 초구부터 대뜸 번트가 나온다. 시프트가 걸려 텅 빈 3루쪽 기습이다. 투수가 허둥지둥 달려간다. 어려운 동작으로 1루에 쏜다. 하지만 턱없이 높다. 뒤로 빠져 2루까지 보낼 뻔했다.
묘한 순간이다. 점수 차이도 있는 후반전이다. 그 상황에 기습이라니. 홈 팀 먹이려는 건가? 관중석이 조금 소란스럽다. 투수는 포커 페이스다. 그러나 시선은 1루에 꽂혔다. 견제구 2개가 연달아 날아간다. 이런 식으로 투구와 견제가 번갈아 주자를 괴롭힌다. (결국 1루 주자는 잔루로 남았다.)

돌아선 6회 말. 선두 타자는 니코 구드럼이다. 초구에 번트 동작이다. 방향은 3루쪽이다. 역시 시프트 상태라 수비가 없다. 그런데 라인을 벗어난다. 파울이다. 역시 물음표 여럿이 생긴다. 왜? 그 때까지 무안타였다. 안타는 커녕이다. 1루 한 번 밟지 못했다. 그러니까 상대 투수가 퍼펙트 중이었다. 물론 아직 한참 남았지만. 대기록을 앞둔 번트. 불문율을 들춰볼 일이다.
경기 후 인터뷰 때다. 이 부분에 문답이 오갔다. 한 일본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6회 상대 번트 때 어떤 생각을 했나요?’ 대답이 쿨하다. “나도 했는데요 뭘. 상대가 시프트를 걸고 있으니까요. 전혀 문제될 것 없어요. 신경 쓰지 않았어요.” (오타니 쇼헤이)
4회 변화구만 12개 KKK
4회 말이다. 선두 타자는 제레미 페냐다. 나오자마자 선풍기를 켠다. 2개 연속 시원한 헛스윙이다. 3구째는 간신히 참았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4구째, 또다시 걸렸다. 휘어져 나가는 공에 또다시 허공을 가른다. 삼진 아웃이다.
덕아웃 퇴근길에 레이저를 쏜다. 시선은 뻔하다. 마운드 쪽이다. ‘이거 너무한 거 아냐?’ 그런 표정이다. 4개 연달아 슬라이더만 던졌기 때문이다. 1회에도 그랬다. 똑 같은 공에 연달아 당했다.
그 이닝(4회) 세 타자 기록은 ‘KKK’다. 한결같이 공 4개로 끝냈다. 카운트 1-2에서 헛스윙 삼진이었다. 기가 막힌 건 볼 배합이다. 12개 중에 직구(포심)는 없다. 슬라이더, 스플리터, 커브. 모두 변화구만 던졌다.
게임 내내 비슷하다. 이날 투구수는 81개다. 이 중 포심은 19개(23%)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패스트볼 위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97~98마일은 꾸준히 유지했다. 그런데도 집요하게 변화구만 고집했다. 비중이 무려 77%에 달했다. 슬라이더 35개(43%), 스플리터 19개(23%), 커브 8개(10%)였다.
지난 해는 포심 위주(44.2%)였다. 당연하다. 100마일 던지는 파워 피처 아닌가.
경기 후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전체적인 게임 플랜을 짜고 들어갔어요. 그리고 타석에서 타자의 반응을 보면서 약간 응용했구요. 슬라이더나 스플리터가 괜찮은 느낌이었어요. 강한 팀은 준비를 잘 하고 나오기 때문에 그 점을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오타니 쇼헤이)
개막 3번째 등판에 첫 승이다. 앞선 두 번은 별로였다. 처음 만루홈런도 맞았다. MVP 자존심이 상한다. 그래서 독해진 느낌이다. 모범생 모드는 잠시 꺼둔 것 같다. 매운 맛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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