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설경구, 학폭 가해자 부모 됐다…"부모 역할 중요해"(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4.25 15: 27

 배우 설경구가 ‘킹 메이커’(감독 변성현), ‘야차’(감독 나현)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로 관객들을 만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개봉하지 못 했던 영화들이 극장 및 OTT를 통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설경구는 신작 ‘유령’(감독 이해영)과 변성현 감독의 ‘길복순’(넷플릭스 공개)도 선보일 예정이다.
설경구는 2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저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 와중에도 꾸준히 개봉을 했다. 이제 정지영 감독님의 ‘소년들’, 김용화 감독님의 ‘더 문’, 이해영 감독님의 ‘유령’이 남아 있다. ‘길복순’은 넷플릭스 공개라…오늘부터 극장에서 음식물 섭취가 가능해졌다고 하니 하루빨리 정상화 되어서 촬영장도 원위치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오는 27일 극장 개봉하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감독 김지훈, 제공 폭스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배급 마인드마크, 제작 더타워픽쳐스 폭스 인터내셔널, 공동제작 리버픽쳐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다. 설경구는 변호사이자, 한음 국제중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강한결(성유빈 분)의 아버지 강호창으로 분했다.

이 작품에 출연한 이유는 김지훈 감독과 전작 ‘타워’(2012)를 했었기 때문. “‘타워’를 찍고 나서 김지훈 감독과 인연이 됐다. 김 감독이 대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당시 김지훈 감독에게 준비하고 있다는 작품 얘기를 들었다. 이 영화였는데 제목이 되게 강렬하더라. 제목에서 오는 궁금증이 있었다. 감독님이 (캐스팅에) 처음부터 저를 염두하고 있진 않았다. 시나리오 작업이 순탄하지 않아서 꽤 오랜 시간 준비한 걸로 알고 있다. 이후 또 다른 작가님이 붙으면서 이야기가 구체화됐고 그때 저한테 얘기를 하더라. 시나리오를 완성된 상태에서 보여줬는데 제게 강렬하게 다가왔다. 저는 원작 연극은 보지 못했는데 이 영화의 제목이 강렬했고, 시나리오가 좋아서 택했다.”
학폭 가해 학생의 아버지 강호창 역할에 대해 그는 “저는 ‘만약에 나라면?’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저를 대입하지 않고 시나리오에 충실했다”고 실제의 자신에게 캐릭터를 대입해 연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부모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저 개인을 이입하진 않았다. 오로지 강한결의 아버지 강호창에만 집중했다”고 부연했다.
설경구는 “물론 제가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해자이고 피해자라는 것을 강조하며 연기로 드러내려고 하진 않았다. 촬영할 때도 무언가 보여주는 연기보다 보시는 관객들이 내적인 부분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감정 표현 등을)눌러서 연기했다”고 밝혔다.
호창의 아들 한결 역을 소화한 성유빈은 어린 나이에 비해 묵직함이 강점인 배우라고 칭찬했다. “제가 선배라고 평가할 순 없지만 이 영화를 찍을 때 유빈이가 고등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되게 묵직했다. 그 친구의 묵직함 덕분에 저도 믿고 했다. 연기하는 데 도움을 받은 거다. 이 영화 이후 ‘생일’이라는 작품도 찍었는데 힘든 역할임에도 성유빈이 배우로서 도전하는 마음이 있는 거 같다. 앞으로 이 배우가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궁금하다”고 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2017년 촬영을 마쳤지만 출연자 논란 및 코로나 사태로 5년이 지난 올 4월 27일 극장 개봉하게 됐다. 이에 설경구는 “개봉까지 5년이 걸렸는데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다. 저도 언론시사회 때, 5년 만에 이 영화를 처음 봤다. 저는 문소리와 천우희가 맡은 캐릭터에 이입이 되더라. 되게 답답하고, 속상하고, 아파하면서 봤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이어 그는 “(학폭 사건은) 평소 뉴스를 통해 접해왔고 보면서 공분하기도 했다. (학폭은) 최근까지 꾸준히 벌어지는 일이지 않나. 그 강도가 더 세지면 세졌지 (문제 해결에 있어서) 나아진 거 같지는 않다. 학폭이 점점 더 지능화 되는 거 같기도 하다. 이게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는데 (학폭이) 개인 대 개인이 아닌 패거리 대 개인이 돼가는 것 같다. 그래서 꾸준히 건드려줘야 하는 주제 같다. 용서 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부모들이 다 없애버렸다. 그 잔인한 얘기가 저희 영화에 나오는데, 이 영화를 하면서 부모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그들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새롭게 바라본 게 있다면, 이 영화가 가해자의 시선에서 만들어졌다 보니까, ‘자식이 괴물이 되면 부모는 악마가 된다’는 카피문구가 정확한 표현인 거 같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영화 촬영 후 학폭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 부분이 있느냐’고 묻자, “학폭에 대해서는 늘 같은 시선이다. 저희 영화가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거 같아?’라고 묻는 것보다 괴물이자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 부모의 모습을 담았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시고, 부모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영화를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도 계시던데, 그런 고민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근데 저라면 아이에게 보여줄 거 같다”고 답했다.
그는 영화가 표현한 학폭의 수위에 대해서는 “촬영할 때 못 봤다. 완성본을 보니 영화상으로도 끔찍한데, 실제로는 더 끔찍하고 악랄할 수 있겠다 싶더라. 실제로는 갈 데 까지 갔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가해자 아버지이자 변호사) 강호창이 어른으로서 되게 무능력하게 보였다.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모르니 힘이 없어 보이더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배우 문소리는 학폭 피해 학생의 어머니로 분했다. 설경구는 “문소리와 평소 친하지만 이 영화를 촬영할 때는 밥 한 번 같이 먹지 않았다. 문소리가 혼자 있어야 할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서 (촬영장에서) 인사 이외에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았다. 피해자 대 가해자 역할이라서 그랬다기보다, 촬영 현장의 분위기가 그랬다. 같은 현장에 있었어도 저희는 서로 떨어져 있었다. 그런 준비 과정이 영화 속에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문소리가 맡은 엄마 역할에 이입이 됐던 거 같다. 가슴 속에 무언가 머금고 있는 거 같아서 촬영장에서도 감히 접근하지 못했던 거다. 그 마음을 이해해서 제가 접근하지 않았던 거 같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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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마인드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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