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의 방출을 딛고 프로 21년차를 맞아 회춘투를 펼치고 있는 고효준(39·SSG). 그 뒤에는 KBO리그 통산 134승에 빛나는 SSG 김원형 감독의 족집게 분석이 있었다.
고효준은 올 시즌 7경기 2홀드 평균자책점 0(8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팀의 선두 질주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LG에서 방출될 때만 해도 은퇴 기로에 놓였지만 연봉 4000만원에 친정 SSG에서 현역을 연장한 뒤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되찾았다. 사실 그 전에 롯데에서 방출된 뒤 2021시즌 LG에서 3경기 출전이 전부였기에 이번 부활이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대체 무엇이 바뀐 것일까.
지난 1일 인천에서 만난 김원형 감독은 “우리 팀에 오기 전까지 몸 상태, 구위는 큰 문제가 없었다. 다만 제구에 항상 불안 요소를 갖고 있었다. 그 부분만 해결되면 충분히 지금 나이에도 젊은 선수들과 경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며 “올해 다행히 제구가 잡히면서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구속도 145km가 나오고, 구위도 물론 20대 때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고효준은 2002년 롯데 2차 1라운드 6순위로 입단해 SK, KIA, LG 등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21년차 베테랑. 이미 모든 습관이 굳어질 대로 굳어진 그에게 사령탑은 돌연 변화구 위주의 패턴을 주문했다. 김 감독은 “효준이는 지금까지 매 번 직구 스트라이크 확률이 떨어졌다. 항상 2볼로 시작하는데 그럴 거면 차라리 2스트라이크까지 변화구를 던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선수에게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 배터리코치, 투수코치를 통해 이 부분을 주문했다. 발상의 전환이었다”라고 되돌아봤다.

김 감독은 구체적으로 “투수코치를 통해 마운드에 올라가서 고개를 흔들지 말고 포수를 믿으라고 주문했다”며 “변화구를 던지면서 선수가 자신감을 얻지 않았나 싶다. 데이터를 봐도 총 투구수에서 변화구 비율이 엄청 높아졌다. 그 동안 제구가 불안해서 믿음을 갖지 못했는데 이제는 제구에 자신감이 생겼고, 직구까지 덩달아 살아났다. 변화구 또한 각도를 볼 때 타자가 치기 쉬운 구종이 아니다. 이제 믿음이 간다”고 흡족해했다.
SSG는 고효준의 변화를 발판 삼아 퓨처스리그에도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을 도입하는 플랜을 고려 중이다. 파이어볼러 유망주로 팀에 입단해 고질적인 제구 난조가 지속될 경우 직구가 아닌 변화구를 통해 발전을 도모하자는 의도다.
김 감독은 “파이어볼러 유망주들이 입단 후 5년이 지났는데도 제구가 안 잡히면 발상을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직구가 아닌 변화구 구종을 연습시켜서 패턴에 변화를 주자는 것이다”라며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저렇게 해도 안 되면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변화구 투수를 만든다는 건 아니다. 변화구를 통해 다른 장점을 살리면 어떨까 싶다. 현재 투수코치들과 이런 내용을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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