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엄주곤’ 트리오 해체…군필 좌완 기대주는 왜 트레이드 됐나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5.23 03: 55

KT 위즈의 암흑기를 꿋꿋이 버텨냈던 ‘엄주곤’ 트리오가 해체됐다. 마운드 핵심 전력으로 도약한 엄상백, 주권과 달리 정성곤은 이강철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하며 SSG 랜더스에서 제2의 커리어를 이어나가게 됐다.
22일 SSG에 좌완투수 정성곤(26)을 보내고, 우완 사이드암투수 이채호(26)를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한 KT. 지난 2018~2019년 필승조로 활약한 뒤 상무에서 병역 의무를 이행한 ‘군필’ 좌완투수를 왜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했을까.
정성곤은 구리인창고 시절 좌완 특급으로 이름을 날리며 2015 2차 2라운드로 KT 유니폼을 입었지만 좀처럼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다. 다양한 구종과 위력적인 구위에도 제구가 번번이 흔들리며 선발과 불펜, 또 1군과 2군을 자주 오가야 했다. 전임 조범현, 김진욱 감독은 “재능이 뛰어난 투수인데 늘 제구가 잡히지 않는다”라고 짙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기 앞서 SSG로 트레이드된 정성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05.22 / soul1014@osen.co.kr

정성곤은 결국 불펜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2018시즌 어깨 부상에서 돌아와 셋업맨을 맡아 24경기 1승 5홀드 평균자책점 2.96의 커리어 하이를 써냈고,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2019년 승리조 역할을 수행하다가 마무리 김재윤의 부상 이탈로 잠시 클로저를 담당하기도 했다.
2019시즌 52경기 3승 3패 8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5.53을 남긴 정성곤은 2020년 6월 동료 고성민(포수)과 함께 국군체육부대(상무)로 향해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입대 첫해 18경기 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3.32에 이어 지난해 11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6.10으로 다소 부침을 겪었지만 성적 압박 없이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향후 1군에서의 방향성을 정립했다.
KT 시절 정성곤 / OSEN DB
정성곤은 작년 12월 전역과 함께 곧바로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비시즌 야구장으로 출근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올해 2월 마침내 1군 스프링캠프로 향하며 이강철 감독 앞에서 쇼케이스를 펼쳤다.
하지만 예비역 정성곤이 뛸 자리는 없었다. 퓨처스리그에서 16경기 승리 없이 4패 4홀드 평균자책점 3.94의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구속과 제구에서 1군에서 통할만한 경쟁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1군 내 좌완 기근에도 이강철 감독이 정성곤을 콜업하지 못한 이유다. 또한 최근 2군 내 신인 좌완 권성준이 가능성을 보였고, ‘박세웅(롯데) 동생’ 박세진이 곧 사회복무요원 소집 해제를 앞두고 있어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정성곤의 이적으로 애증의 ‘엄주곤’ 트리오도 해체됐다. 이는 지난 2015년 신인드래프트서 KT에 상위 순번으로 입단한 엄상백(1차지명), 주권(우선지명), 정성곤(2차 2라운드)을 일컫는 말로, 세 선수 모두 KT 암흑기 시절을 거쳐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주권, 엄상백에 이어 정성곤도 포텐을 터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트레이드 카드로 쓰이며 아쉽게 KT를 떠나게 됐다.
한편 정성곤을 품은 SSG 김원형 감독은 “군대에 가기 전보다 구속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는데 젊은 선수라 다시 되찾을 수 있다고 본다. 1군 경험이 많다는 게 중요하다”라고 트레이드 성공 신화를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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