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민영웅’ 박항서(64) 감독이 다시 한 번 신화를 썼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대표팀은 22일 오후 9시 베트남 하노이의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1 동남아시안(SEA)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태국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박항서 감독은 SEA게임 남자 축구 규정이 A대표팀에서 U-23 연령대표팀 출전으로 규정이 바뀐 2001년 이후 2대회 연속 우승을 일궈낸 최초의 감독이 됐다. 베트남은 대회 내내 8골을 넣는 동안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으며 SEA게임 역사상 ‘전경기 무실점’으로 정상에 오른 두 번째 팀이 됐다.
박항서 감독은 23일 화상회의를 통해 한국취재진과 기자회견을 실시했다. 다음은 박 감독과 일문일답.
- 베트남에서 열린 SEA게임 무실점 2연패 우승소감은?
▲ 어제 잠을 못 자서 목소리가 잠겼습니다. SEA게임 필리핀 대회에서 60년 만의 우승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이번에는 SEA게임이 베트남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즈키컵에서 태국에게 졌는데 이번에 다행히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U23대회는 제게 마지막 대회였습니다. 앞으로 대표팀만 하도록 돼 있어서 남다른 의미가 있었습니다. 2연패를 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 이번 대회 가장 큰 성과는?
▲ 곧 10월이 되면 만 5년 베트남 생활을 합니다. 결과물을 낸 것은 19년에 U23 중국대회서 성적을 냈습니다. U23을 하면서 성과물이라고 하면 SEA게임에서 2연패한 것이 성과물입니다. 19년에 U23 선수들은 지금 주축들이 대표팀에 다 있습니다.
이번 대회 선수들은 대부분 V리그에서도 주전이 아니고 출전기회가 별로 없는 선수들입니다. 2부 선수들이 주축입니다. 경기력이 19년에 비해서 많이 떨어지는 상태입니다. 이번에 우승해서 선수들도 자신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우리도 한국처럼 프로에서 연령별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인식을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SEA게임을 중요시하면서 왜 연령별 제도를 만들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조금씩 느끼고 있어 소득입니다.
- 이제 U23대표팀을 떠나 대표팀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 4년 넘게 있으면서 두 팀을 맡다 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한국처럼 이원화가 되어 있어도 전담지도자가 되어있지 않고 대회가 있을 때마다 코치를 차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행정적으로도 완벽하게 처리가 못 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U23직을 내려놓으면서 팀이 이원화가 되기에 저로서는 솔직히 성적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덜 할 수 있습니다.
- 다시 지도자로 한국에 오실 생각도 있으신지?
▲ 제가 어떻게 한국에서 지도자를 합니까?(껄껄) 가고 싶다고 날 받아줄 곳도 없을 것입니다. 한국에는 좋은 젊은 지도자들 많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욕심도 없습니다.
- 타국에서 태극기를 보면 어떤 감정이 생기는지?
▲ 사실 제가 베트남에 와서 한류축구열기가 불었습니다. 코로나가 오고 한국과 경제문제가 있었는데 이번 계기를 통해서 한국과 관계가 복원되길 바랍니다. 제 역량은 축구를 통해서 한국국민들의 인상이나 위상을 높일 수 있고, 관계개선을 하고 베트남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다면 만족합니다. 타국에서 일하며 내 조국 국기를 보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표현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 베트남 U23 대표팀 물려받는 공오균 감독에게 조언은?
▲ 어제도 베트남 기자들이 공오균 감독에게 물었습니다. 우즈벡 대회에 대해 물었습니다.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베트남에서 경험한 문화적인 것과 정보를 도와줄 수 있습니다.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줄 뿐입니다. 공오균 감독 나름의 축구철학과 전술전략이 있습니다. 감독의 고유권한이라 선수기용과 선발에 대해 제가 전혀 관여할 수가 없습니다. 감독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공오균 감독이 베트남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지난 5년간 베트남 대표팀을 맡으면서 발전한 부분은?
▲ 베트남은 아직 축구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지만 시스템에 의해서 선수가 육성 발굴돼야 합니다. 프로구단의 반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저도 한국에 있을 때 시행했던 골든에이지나 U23세 출전제도에 대해 현장에서 많은 비판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골든에이지 제도로 많이 발전을 이뤘습니다.
- 신태용, 김판곤 등 동남아에 한국지도자가 진출하며 동남아 언론에서 대결구도를 이야기하는데?
▲ 기사를 쓰기 좋으니까요. 한국도 마찬가지니까요. 각자 타국에서 일을 하고 있기에 대회에서 만나면 자기가 일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지도자들이 어디든 가서 열심히 하고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의의 경쟁을 하고 한국축구 위상을 알리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 결승전 후 기도를 하고 눈물을 흘렸는데?
▲ 눈물을 조금 흘렸습니다. 순간적으로 여러 생각이 스쳤습니다.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에 대해서 이루고 난 허탈감도 있었습니다. 종교가 있어서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 중국전 3-1 승리 소감과 앞으로 A대표팀 목표는?
▲ 월드컵을 할 때도 ‘안 되도 괜찮으니까 중국은 이기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베트남 축구가 중국을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것을 들었습니다. 2-0으로 이기다 3-2로 진 적도 있습니다. 홈에서 할 때 베트남 국민들이 중국을 이겨야 한다는 많은 압박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우리 선수들이 너무나 잘해줘서 그날이 베트남에서 가장 중요한 설날입니다. 우리가 설날에 3-1로 이겨서 경기 끝나고 베트남 분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 정도로 중국전에서 베트남에게 의미 있는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A대표팀 일정은?
▲ 앞으로 A대표팀만 전담합니다. 월드컵 본선을 참가했기에 아시안컵은 예선전 자동출전권 얻었습니다. 올해는 아시안컵 예선전이 없고 25일 A대표팀이 바로 소집을 합니다. 6월 1일 호치민에서 아프가니스탄과 A매치 한 경기만 합니다. 이후 대회가 없고 월드컵 끝나고 12월 스즈키컵이 제게는 대표팀 올해 마지막 대회입니다.
- 2002년 한일월드컵 20주년 행사가 있는데?
▲ 저도 연락을 받았습니다. 불가피하게 경기가 있어서 참석하지 못합니다. 20주년 멤버들이 같이 모일 기회가 있었는데 저로서는 아쉽습니다. 히딩크 감독도 오신다고 하는데 20주년 동료들이 즐거운 시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좋은 시간 가졌으면 합니다. 유상철 감독이 작별을 하게 돼 아쉽고 2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 못하는 유상철 감독 위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핌 베어백 감독은 오만 감독 할 때 만났습니다. 그 때 위암수술 했다는 것을 알았고. 아시안컵에 만났는데 굉장히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제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별하고 못봤습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유상철 감독과 베어백 감독도 20주년을 함께 해줄거라 생각합니다.
- 손흥민의 득점왕 등극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 어제 저도 경기를 보지 못하고 손흥민이 득점왕이 됐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손흥민 선수는 아버지도 축구인이지만 한국의 보물입니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저도 베트남에서 손흥민 아버지와 친구라고 하면 다시 봅니다. 그 정도로 스타입니다. 저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 한국의 보물입니다.
- 한국대표팀 월드컵 성적을 예상한다면?
▲ 결승진출. 하하. 감독님이나 선수들이 올해는 이번 월드컵은 좋은 결과물을 낼 것이라 믿고 20년 전 히딩크 감독이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다시 그런 일이 생기는 월드컵이 될 것입니다.
- 올해 남은 목표는?
▲ 올해 SEA게임은 우승했고 이제 스즈키컵이 남았습니다. 앞의 대회에서 태국에게 져서 결승진출을 못하고 준결승에서 탈락했습니다. 연말에 있을 스즈키컵에서 다시 정상탈환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한국프로축구도 보시나?
▲한국을 떠난지 오래돼 한국프로를 보면 모르는 선수도 많습니다. 한국축구는 지금 매년 유럽진출하는 어린 선수들도 많고, 축구위상이 발전돼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좀 더 아시아를 넘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시대가 왔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모든 시스템과 제도도 선진국 못지 않게 바뀌었습니다. 한국에는 젊은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이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되고 있습니다. 이런 지도자들이 훌륭한 선수를 육성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은 아시아를 넘을 시대가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 말씀?
▲ 국민과 팬여러분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는데 항상 베트남 축구에 많은 응원과 관심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베트남에서 한국인임을 잊지 않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많은 격려 감사드립니다. / jasonseo34@osen.co.kr